[CAR] 포드 파이브헌드레드·폴크스바겐·크라이슬러…우리는 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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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포드의 파이브헌드레드는 개발부터 볼보의 힘을 빌렸다. 플랫폼.서스펜션 등 핵심 부분이 볼보 S80과 같다. 나머지는 각자 브랜드 전략에 맞게 설계됐다. 파이브 헌드레드는 대중적인 중대형 모델로, 볼보S80은 안전성을 강화한 프리미엄차로 탄생했다. 이같은 제휴는 포드자동차라는 그룹 지배구조와 관련이 깊다. 포드는 1999년 볼보를 사들였다. 포드 계열인 PAG(프리미어 오토모티브 그룹)는 재규어, 랜드로버, 애스턴 마틴, 볼보 등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포드 그룹 차원에서 보면 포드 파이브헌드레드와 볼보는 한 가족인 셈이다. 포드자동차 그룹은 브랜드를 공동 개발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하고, 검증된 기술을 활용해 제품의 결함을 낮추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파사트와 아우디 A4의 플랫폼 공유 관계도 폴크스바겐 그룹 아래에 아우디 그룹이 속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크라이슬러300C와 벤츠 E클래스의 관계는 벤츠를 생산하는 다임러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해 다임러-크라이슬러라는 거대 자동차 그룹으로 변신하면서 맺어졌다.

GM그룹은 캐딜락 BLS 시리즈에 그룹 내 유럽 브랜드인 사브 9-3의 플랫폼을 적용한다. 푸조와 시트로앵을 보유한 PSA그룹은 3~4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해 여러 차종의 개발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도 플랫폼 공유로 다양한 제품군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아 프라이드와 현대 베르나, 쎄라토와 아반떼XD, 스포티지와 투싼 등이 플랫폼을 공유한 형제지간이다. 북미에 수출되는 기아 카니발(수출명 새도나)과 현대의 앙트라지도 같은 플랫폼을 쓴다. 기아차 관계자는 "한 개의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기간에 두 개의 모델을 개발해 연구개발.생산시설 투자 등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 빠르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현대차 앙트라지는 북미의 미니밴 시장이 크게 확대되자 기아차의 카니발을 활용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낸 사례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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