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물 여과지 “중금속 투성이”/환경연구원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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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0개 정수장서 다량 검출/응용 기준 2백48배 넘기도/마실 물에 들어갈 위험 높아/세척기 관리소홀 원인
서울 영등포ㆍ선유ㆍ노량진 등 전국10개 상수도 정수장여과지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비소ㆍ수은 등 중금속이 무더기로 검출돼 8개 정수장에서의 발암물질 THM(트리할로메탄) 검출시비와는 또다른 충격을 주고있다.
3일 국립환경연구원시험 결과에 따르면 전국 17개 상수도 정수장 가운데 서울의 세곳을 비롯한 부산 화명ㆍ대구 다사ㆍ부평ㆍ수원 광교ㆍ옥천ㆍ석성ㆍ김제 검산 등 10개 수원지의 여과지에서 비소ㆍ수은을 비롯,6가크롬ㆍ구리ㆍ철ㆍ망간ㆍ납ㆍ아연 등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이 음용수 수질기준의 최고 2백배까지 검출됐다.
환경연구원은 지난해 8월 수도물 파동직후 전국 17개 정수장을 대상으로 감사원의 의뢰를 받아 여과지 중금속을 조사했는데 그 가운데 이들 정수장의 여과지 표면에 찌꺼기가 쌓였거나 여과사(모래ㆍ자갈) 사이에 중금속이 다량 함유된 진흙덩어리(머드 볼)가 형성돼 있었다고 밝혔다.<관계기사 16면>
소독과정에 앞서 최종단계인 여과지의 여과사층에 형성된 이 진흙덩어리 속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비소가 음용수 기준치(0.05PPM)보다 2백48배나 많은 12.41PPM(영등포정수장)이나 검출되는 등 수은ㆍ6가크롬ㆍ구리ㆍ철ㆍ망간ㆍ납ㆍ아연 등 중금속이 다량 함유돼 여과수에 흘러들어갈 우려가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이는 원수가 중금속오염투성이인데다 여과지에 쌓이는 부유물을 세척하는 표면세척기가 고장난채 방치 또는 아예 설치되지 않았거나(노량진 등 6개 정수장),세척을 적기에 실시하지 않았기(부산 화명정수장 등 8곳) 때문으로 조사돼 정수장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목포 몽탄정수장은 여과사층의 두께를 설계보다 28.5㎝나 얇게(65㎝→36.5㎝)까는 등 5개 정수장이 설계기준보다 여과사층의 두께가 부족했다.
특히 수원 광교정수장ㆍ영등포정수장은 여과지 세척수와 수세식변소 ㆍ샤워장ㆍ식당 등 부대시설의 오수를 잘못 흘려보내 원수에 혼합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수약품도 소석회ㆍ황산동ㆍ활성탄 등 세종류는 규격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았으며 수원 광교정수장 등 6곳은 취수량을 측정하지않고,노량진정수장 등 12곳은 원수의 수질상태에 따른 정수약품투입량을 조사하지않은채 주먹구구식으로 정수약품을 투여해왔다.<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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