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특혜 정가 흔들/한국판 리크루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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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관련 의원들 역공ㆍ침묵ㆍ눈치 반응다양/“예산전용 맞불” 해석 눈길
의원비리 내사설로 가뜩이나 추위를 타던 정가에 이번에는 롯데그룹의 서울영등포역사 상가 특혜분양설이 터져나오고 이에대해 야당이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하는등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분양과 관련됐다는 여야의원 11명의 명단이 구체적으로 나도는 데다 이중 권노갑의원(평민)이 적어도 분양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시인하고 나섬으로써 사정한파가 정가에 확산되고 성급한 이들은 「한국판 리크루트사건」의 서반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하고있다.
여기에 여야 고위급 중진의원 몇몇의 개인적 비리사실까지 풍문형태로 나돌아 더욱 어수선해졌는데,이 때문에 다수 의원들은 『차제에 특명사정반이 내사를 진행중인 의원명단을 밝혀 「뒷전조사」의 부작용을 없애면서 본인들의 석명을 구하고,영등포역사 상가의 경우 37개 점포의 분양대상자 전원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혐의를 받고있는 의원들중에는 「무고」를 주장하며 「정치적 음해」 「평민당 공세에 대한 맞불작전」이라는등 온갖 해석이 나돌고 있으나 이 문제가 앞으로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것 같다.
○…상가분양 특혜설에 관련된 의원 11명(민자 4,평민 6,민주 1명)을 흘러나온 명단에 따라 4당체제 당시의 상임위별로 구분하면 재무위가 가장 많은 6명이고 이어 교체위 2,상공ㆍ경과ㆍ국방위가 각 1명씩. 또 다선수로는 3선의원 3명,재선 3명이고 나머지는 초선들이다.
이중 분양은 받았으나 결코 특혜가 아니었음을 이미 해명한 권노갑의원과 본인은 물론 친척ㆍ친지나 비서진도 일체 관여가 없으므로 차제에 명단유포의 진원지와 그 의도,상가분양자 전체명단 등을 철저히 밝히자고 나선 김정길의원(민주),검찰과 롯데에 서한을 보낸 유인학의원(평민)을 제외한 8명은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꺼리면서도 관련사실은 적극 부인했다.
명단에 포함된 평민당 A의원은 『해당사실이 없는데도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쳐 기가 막힌다. 지난해 공안정국때처럼 언론이 여권의 고의적 정보유출에 같이 흔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고 민자당의 B의원은 『그런 짓을 했다면 정계를 떠나고도 남을 일이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정치권을 흔들어 보려고 장난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
그러나 평민당의 C의원은 『원래 이런 일은 명백히 드러날 때까지는 부인하는 게 상례』라고 촌평하는등 여야를 막론하고 같은 당내에서도 서로 눈치보는 와중에 불안감만 가중되는 모습.
민주당의 경우 2일 아침 국회 귀빈식당에서 이례적인 의원총회를 열어 풍문이 계속 떠돌 때는 당이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국정조사권을 발동,분양사건을 전면조사할 것을 촉구키로 했는데 김정길의원이 특히 강력하게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후문.
○…지하 4층ㆍ지상 8층ㆍ연 1만3천여평 규모의 역사상가(롯데영등포백화점)는 오는 12월 개장될 예정으로 직영점을 뺀 보석상ㆍ식당가 등 37개 점포가 분양대상. 이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역부근 지하상가가 평당 1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새 상가는 앞으로 거래가가 평당 1천만원대는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초 이 상가는 88년 6월 건설이 허가돼 건설도중 89년 9월 설계변경됐는데 이때 국회의원등 주변청탁이 하도 심해 이 수요를 감당하려고 점포를 늘렸다는 소문.
만일 국회의원이 상임위 활동과정에서 롯데측에 압력을 넣어 분양권 배정과 연관시킨 사실이 입증되면 공갈죄에 해당된다. 롯데측이 뇌물성으로 공짜 또는 다른 분양대상자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넘긴 증거가 드러나면 수뢰죄에도 해당되나 초점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타격」이고 의원들도 이 점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밖에 민자당 모중진의원의 경우 고향부근에 골프장이 건설되는 것과 관련,5억원을 받았다는 설이 돌고 있고 민자당 민주계의 중간실력자로 알려진 K의원과 H의원,또다른 K의원 역시 특정이권에 연결돼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본인들은 섣불리 해명하다 오히려 역소문에 휘말릴까봐 전전긍긍한다는 전문.
○…이 와중에 의원비리내사가 내각제 개헌등 제2의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장기포석의 전초라는둥 단기적으로 이번 임시국회에서의 예산전용 파동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둥 해석이 분분.
특히 영등포 상가분양 의혹의 경우 민자당 민정계가 대상자명단에 한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을 두고 민자당내의 대민주ㆍ공화계 견제가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소한 사정의 칼날은 여야나 계파에 따라 길고 짧음이 달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 이번 파문을 계기로 의원윤리강령및 관련 법조항도 정비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아울러 야당에 극히 불리한 현정치자금 사정도 근본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한 평민당의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18일까지 중앙선관위에 지정기탁된 3백56건 2백62억7천6백94만원의 정치자금이 전액 여당에 지정된 점을 지적,『누가 비리를 저질렀고 아니고를 떠나 근본적으로 선량의 기본양식을 때로 저버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풍토가 문제』라고 정치자금의 일방적인 편중현상과 쪼들리는 야당 호주머니등 어려운 속사정을 토로했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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