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화문(花紋) 기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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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화문(花紋) 기와'-고두현(1963~ )

꽃의 끝에는 고요보다 깊은 적멸

먼 왕조 연못 가으로

발묵(潑墨) 번지는 풀 이끼.



꽃 그려진 기왓장 앞에 두고 종으로는 어느 왕조에 다니러 가고 횡으로는 적멸에 다니러 갔다. 다니러 갈 것 없이 그 자리가 바로 '그곳'! 기왓장 갈아서 거울 만든다던 어느 스님 생각난다. 여럿이, 나란히, 종요롭게 눈비를 가리던 물건이 혼자서 남았구나.

<장석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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