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시험'과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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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학교에서 보는 시험 등 사람의 실력을 평가하는 일이나 과학에서 하는 실험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핵실험/핵시험'처럼 다른 단어와 어울려 쓰일 때가 문제다. 실제적인 쓰임새를 가지고 구분하는 것이 쉽다.

'시험'은 주로 행위를 뜻하는 명사 앞에 붙어 시험 삼아 무엇을 해 볼 때(시험비행.시험운전), '실험'은 행위를 뜻하지 않는 명사 앞에 붙어 어떤 현상을 조사하거나 새로운 방법을 사용해 볼 때(실험동물.실험소설) 쓰인다.

미사일의 경우 시험 삼아 발사한다는 의미에서 '시험 발사', 발사해 과학적으로 조사.관찰한다는 의미에서 '발사 실험' 모두 가능한 표기다. '핵실험/핵시험'은 핵 폭탄을 실제로 폭발시켜 그 성능을 확인하는 것이므로 '핵실험'이 맞다. 사전에도 나오는 단어다.

북한 핵실험 소식을 전하면서 '핵실험' '핵시험'으로 용어가 혼란스러웠던 것은 북한이 "핵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핵시험'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직접 인용문이라면 몰라도 우린 이를 따를 이유가 없다.

배상복 기자

▶ 자료제공 :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 홈페이지 : (https://www.joongang.co.kr/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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