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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통령제를 부활시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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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런데 부통령제에 대해선 별로 논의되지 않는 것 같다. 미국의 예에서 보듯 대통령의 유고는 언제나 있을 수 있고, 늘 대비해야 한다. 우리의 대통령 유고 사태는 세 번 있었다. 그러나 헌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 것은 2년여 전의 탄핵 사태 때뿐이다. 1960년 이승만 대통령 하야 이후 허정 내각은 혼란.무질서 속에 대통령 중심제에서 내각 책임제로 바뀌었다. 79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이후 최규하 잠정 정권도 헌정 중지와 또 다른 군부독재로 이행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런 역사에서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는 대통령 유고 시 정치 세력이 없는 국무총리의 잠정관리로는 국가가 안전하게 굴러갈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부통령제를 신설하고,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 유고 시 부통령 후보가 자동승계하는 조항을 선거법에 신설해야 한다.

우리도 4.19 이전에는 부통령 제도가 있었다. 56년 대선에선 민주당 신익희 대통령 후보가 투표일을 열흘 앞두고 급서해 이승만 대통령의 재집권이 가능했다. 그러나 부통령은 민주당의 장면 후보가 당선돼 여당 대통령.야당 부통령 시대가 됐다. 당시 선거법에 '대통령 후보 유고 시 부통령 후보가 대통령 후보를 승계한다'는 조항만 있었더라도 이후 정치적 혼란이 줄고, 이상적인 민주정치가 조기에 정착됐을지 모른다.

가설의 역사와 달리 지난 5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피습사건에서 진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 사건은 내년 대선 후보 중 누구라도 유세 도중 변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했다. 후보 등록 마감 이후 유고가 나면 남은 후보는 무투표 당선에 가까운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런 일이 없다면 낙선할 지도자가 당선될 수도 있다. 이런 잘못된 제도를 그대로 둔다면 정치권의 직무유기다.

박동규 바른경제동인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