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김동화의 새 만화 '못난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김동화(56)는 '어른 만화' 작가다. 연애를 그리되 감칠맛 나게, 사랑을 그리되 은은하게 묘사한다. 노골적인 성 묘사가 대부분인 '성인 만화'에 대해 그가 자신의 작품을 '어른 만화'라며 선을 긋는 이유다.

어릴 적 '보물섬'같은 만화 잡지에 빠져 지내던 30대 독자들이라면 '요정 핑크'에서 그가 보여준 발랄함을 떠올리겠지만, 사실 김동화 만화의 맛은 향긋한 꽃향기와 쿰쿰한 흙냄새가 동시에 나는 토속적 정취에 있다. 그 정취는 이두호의 질박함이나 백성민의 강렬함이나 박흥용의 정갈함과는 또 다르다. 굳이 말하자면 잘록한 시골 처녀의 허리 같은 야들야들함이랄까.

'황토 빛 이야기' '기생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 양장본으로 묶여 나온 '못난이'(행복한 만화가게.그림) 역시 그때 그 시절의 정분(情分)을 듬뿍 담고 있다. "너무 예뻐도 못난이, 미워도 못난이, 그렇게 못난이는 우리 모두의 이름이었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에는 '못난이'라 부르고 불렸던,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원래 3권의 단편집 중 작가 스스로 소장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11편을 모은 이 책에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동네 누나에게 연심을 품고 설레는 소년('유년비가'), 행복한 표정으로 정혼한 남자의 복주머니를 만드는 언니를 바라보는 여동생('봉숭아'), 그리고 주막집 여인과 그 딸에게 동시에 연정을 느낀 장돌뱅이 아버지와 아들('꽃창포')이 제각각 보여주는 마음씀은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처녀.총각의 은근한 마음을 대사 한마디 없이 그려낸 '찔레꽃'은 또 어떤가.

특히 당당하고 적극적인 여성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얼굴도 못 보고 죽은 신랑과의 영혼 혼례식을 앞두고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 아씨('호박등')나 돌아오지 않는 뱃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찾아 나서는 처녀('꽃배')의 씩씩한 모습은 그의 작품이 그저 그런 사랑이야기에 머물지 않게 만들고 있다.

정형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