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도 모르는 핵실험 감지한 원주관측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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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드문 원주의 어느 산골, 간이화장실 2~3개를 붙여놓은 크기의 콘크리트 건물이 하나 있다. 드나들 수 없는 건물이다. 그 옆에 조금 떨어져 우체통처럼 생긴 시설물 여러 개가 서 있다. 건물과 시설물 위쪽으로는 전선을 연결해 무선신호를 송수신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 사람의 흔적은 전혀 없다."

북한에서 미약한 핵실험 징조가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알려진 곳이 바로 이곳 원주관측소라고 조선닷컴이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연구센터 원주관측소가 보유한 26기의 지진계는 이와 같은 모습으로 원주 전역에 방사상으로 퍼져 있다. 26기 지진계 각각의 위치는 센터 관계자와 운영자들만이 안다. 원주관측소의 운영권과 소유권이 미군에 있기 때문에 지진계들이 보내오는 신호를 분석하는 본부는 원주 미군기지인 '캠프 롱' 안에 있다.

원주관측소는 미군이 옛 소련과 중국 19등 인접국의 핵실험 감시를 위해 원주 미군기지 내에 착공해 72년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원주관측소는 고주파 음을 탐지.분석하는 단주기 지진계, 저주파를 탐지하는 장주기 지진계, 두 종류의 주파수를 동시에 감지할 수 있는 광대역 지진계 등 26기의 각종 지진계를 구비해 뛰어난 탐지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 소속인데다 보안이 필요한 까닭에 관측본부나 관측소에 대한 접근은 상당히 어렵다. 센터 관계자는 조선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에도 관측결과를 보고할 뿐 26개 관측소의 위치를 일일이 보고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관측소는 시설을 다 부수어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지만, 혹시 침입의 조짐이 있을 때는 경보가 울리도록 보안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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