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란 유전 개발 지분 75% → 10%로 축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중동 최대의 유전을 개발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하려던 일본의 꿈이 좌절될 위기에 빠졌다. 일본 고쿠사이(國際)석유개발은 지난 6일 당초 75% 지분을 확보했던 이란 남서부 아자데간 유전의 지분을 10%로 줄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지분 축소는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유전 합작 개발에서 손을 떼라는 미국의 압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 핵개발 영향으로 지분 포기="어디까지나 민간기업으로서의 경영 판단이다. 유전 주변의 지뢰 제거 작업이 늦어진 것이 그 원인이다." 6일 밤 기자회견을 자청한 고쿠사이 개발의 기다 가쓰지로(喜田勝治郞) 부사장은 지분 포기가 이란 핵개발과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해외 유전 개발에 투자해 원유를 직접 개발하는 '자주 개발'계획은 일본 정부 차원에서 오랫동안 공을 들여 온 사업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란과의 오랜 협상 끝에 2004년 아자데간 유전 개발권의 75% 지분을 따냈다. 미국은 애초부터 일본의 참여를 못마땅해 했으나 일본은 이라크 전후 복구에 자위대 파견 방침을 밝힌 뒤 미국의 묵인 아래 협상을 타결지었다. 매장량 260억 배럴로 추정되는 이 유전은 계획대로라면 2008년부터 하루 25만 배럴씩 생산하게 된다. 하지만 경제 제재 검토 등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일본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북한의 핵개발 등에 대해서는 제재를 주장하면서 이란에 대해서는 유전개발을 계속하는 이중 잣대를 적용할 수는 없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