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전 세계가 적" "누가 최후에 웃나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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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실험 강행 선언을 한 이후 김정일(얼굴) 국방위원장은 어떻게 활동하고 있나.

북한 중앙방송은 8일 "조선노동당이 태어난 10월 10일과 더불어 경애하는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노동당 총비서로 높이 추대되신 역사의 10월 8일"이라고 말했다. 중앙방송은 이날 '장군님 모시어 빛나는 10월'이란 찬양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8~10일은 일부 전문가들이 북한의 핵실험 강행 가능성이 크다고 지목한 기간이다.

그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정상적으로 공개 활동을 하고 있다. 중앙통신은 5일 '김 위원장이 북한군 대대장.대대 정치지도원대회 참가자 500여 명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그 날짜를 밝히지 않았으나 보도 시점으로 미뤄 4일 또는 5일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전문가들은 "군대 내 사상교양 등을 맡은 정치지도원을 만난 것은 핵실험 발표를 전후해 자신의 확고한 지지 기반인 군부의 결속을 다지려는 행보"라고 풀이했다. 그의 공개 출현은 금강산 지역의 군 부대 방문(9월 14일 중앙통신 보도) 이후 20여 일 만이다.

이번 공개 활동은 과거에 핵.미사일 관련 중대조치를 취한 뒤 김 위원장이 '은둔'을 선택했던 것과 차이가 난다. 그는 2003년 1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직후 50여 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았다.

올 7월 미사일 발사 후에도 40여 일간 언론 매체에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미사일 발사 뒤 유엔 안보리가 7월 15일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자 재외공관장 회의(18~22일)를 소집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은 전 세계가 적인 만큼 자력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도쿄신문이 7일 서울발로 보도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8일 김 위원장의 선군(先軍)정치와 관련한 발언들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10년 전 1월에 김 위원장이 "억천만 번 죽더라도 모든 시련과 고난을 뚫고 사회주의를 지켜나간다"며 "누가 최후에 웃는가 보자, 이런 신념, 이런 배짱을 가지고 싸우면 당해낼 자가 없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의 핵 도박 결심이 간단치 않음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 "장성택은 교통사고로 중상"=김 위원장의 매제(여동생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의 남편)인 장성택 당 제1부부장(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이 지난달 말 평양 시내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모란봉 구역 인민군 교예극장 앞 사거리 인근에서 좌회전하려는 장 부부장의 벤츠 S600 승용차를 군 화물차가 들이받았다. 장 부부장은 생명에 지장이 없으나 허리를 크게 다쳤다. 일각에서는 권력암투설을 제기한다.

하지만 우리 정보 관계자는 "단순사고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 부부장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3년 10월 직권남용 등을 이유로 업무정지 처벌을 받아 좌천됐다가 올 1월 현재 직책을 맡았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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