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우 박사, 백악관서 한국인 첫 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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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에서 시각장애인은 안마사나 점쟁이밖에 할 수 없었지만 나는 4성 장군에 해당하는 미국 연방정부의 공직자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백악관 국가장애인위원회 정책차관보인 강영우(사진) 박사가 3일(현지시간) 퍼스트 레이디인 로라 부시의 초청을 받아 한국인으로는 처음 백악관에서 연설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인디언트리티룸에서 로라 여사, 강 박사, 일레인 차오 노동부장관과 전국 고교의 장애인 학생 등 30여명이 모인 가운데 10월을 장애인 고용인식의 달로 선포한 뒤 강 박사의 연설을 들었다.

로라 부시 여사는 역경을 이겨내고 최고위직 미국 공무원이 된 강 박사를 장애인들의 역할 모델로 삼아 연사로 초청한 것이다.

강 박사는 자신의 성공 요인으로 굳센 신앙심과 끈기, 컴퓨터로 인터넷 서핑과 e-메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 준 주변 사람들의 배려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여러분들도 용기와 비전을 잃지 말고 효율적으로 자기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기술을 익히고 발전시켜야 하며 어느 고용주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지도자가 되기 위한 역설적 10계명도 소개했다.

"정직하고 솔직하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으나 언제나 정직하고 솔직하라" "세상 사람들은 오로지 강자만을 따른다. 그러나 소수의 약자들을 위해 투쟁하라" "항상 당신이 가진 최선의 것을 세상에 주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강 박사에게 편지를 통해 "장애인들 앞에 가로놓인 장벽을 제거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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