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한국인정 중요한 진전”/정상회담 각국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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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북아 정치ㆍ경제에 변화계기” 미/“「한국카드」 이용 일의 자금유인” 일
▷미국◁
미국정부는 노태우­고르바초프 한소 정상회담과 관련,한소 관계발전을 환영한다고 리처드 바우처 미국무부 부대변인이 5일 밝혔다.
바우처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한소 정상회담이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갖는 핵심 당사자와 그 국민들 사이에 접촉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중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우처 부대변인은 소련이 한국과 한국의 역할을 인정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었다고 말하고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를 위해서는 남북한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우처 부대변인은 또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다음 단계는 남북한 통일이라는 목표에 도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소련ㆍ동구문제 전문가 헬무트 소넨펠트박사(브루킹스연구소)도 한소 정상회담의 배경에 대해 소련측의 의도는 동북아시아지역의 긴장완화와 경제협력에 대해 북한과 일본을 노린 한국카드라고 일본신문과의 회견에서 밝혔다.
소넨펠트박사는 『북한에 대해서는 남북대화를 강하게 촉구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북방영토문제에 유연한 대응을 유도하는 목적이 있다』고 보았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노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이 수교원칙에 합의한 것은 한소 양국뿐 아니라 북한ㆍ중국ㆍ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지역에서 정치및 경제관계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 신문은 북한과 강력한 경제ㆍ군사적 유대를 맺고 있는 소련은 앞으로 남북한간에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남북한간에 긴장이 완화되면 주한미군철수가 촉진될 수 있으므로 노­고르바초프회담은 워싱턴측으로서도 바람직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지도 한소 정상회담 소식을 1면 머리기사와 국제면 해설기사로 크게 다루고 한국정부 및 국민들이 갖고있는 대소 관계정상화,한반도에 남아있는 냉전기류 청산의지가 매우 강렬함을 널리 알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회담기사에 관해선 대체로 논평없이 보도했으나 한소관계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해설기사에선 컬럼비아대학 한국연구소장 개리 레이야드교수(한국사)의 말을 인용,남북한 관계에 있어 이제 한국이 그들의 강력한 경제력과 거듭된 외교적 성공으로 북한을 압도하는 입장에 서게 됐다고 논평했다.<워싱턴=한남규특파원>
▷일본◁
사카모토(판본) 일본관방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한소 정상회담과 관련,『한반도의 긴장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환영을 표시한 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크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고려,외무성담당자를 관계국에 파견하여 의사소통을 긴밀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관련,한 소식통은 이 「관계국」에는 미ㆍ소ㆍ한국외에 북한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사히(조일)신문은 5일자 석간에서 「국교수립에 원칙적 합의」라는 제하로 한소 수뇌회담의 배경과 전망기사를 싣고 북한의 대소자세 여부에 초첨을 맞추었다. 이 신문은 회담 개최의 정식발표를 앞둔 지난달 20일께 손성필 소련주재대사가 본국에 소환되고 북한주재 소련대사도 지난 3월말 모스크바로 돌아감으로써 소ㆍ북한간 외교관계가 우선 크게 후퇴한 점을 지적하며 북한의 대소태도가 경직될 경우 장차 「소ㆍ북한우호협력 상호원조조약」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요미우리(독매)신문은 소련이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국교수립에 합의하게 된 최대의 목적은 한국으로부터 경제협력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소련의 또다른 저의는 일본자금을 끌어들이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앞으로 한국이 「소련 카드」를,그리고 소련은 「한국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동아시아의 발언권을 증대해 나갈 경우,일본은 어려운 입장에 빠지게 되리라는 견해를 보였다.<동경=방인철특파원>
○정치적 센세이션
▷소련◁
소련관영 모스크바방송은 5일 한소 정상회담 소식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노태우­고르바초프 대통령간의 첫 상봉 자체는 서울과 모스크바간의 접근이 발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모스크바방송은 이날 고르바초프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사실을 보도하면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소련대통령과 노태우남조선대통령의 회합이 정치적 센세이션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고 논평하고 이와 관련해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워싱턴 기자회견에서 소련이 아시아­태평양국가들과의 관계를 더욱 적극적으로 발전시키려 한다고 말한 점을 상기시켰다.<서울=내외>
○각자 이해 엇갈려
▷프랑스◁
프랑스의 유력지 르몽드는 한소 정상회담에 대한 사설을 싣고 이번 정상회담이 상호 관계정상의 길을 열게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르 몽드는 한소 양국의 이같은 「화해」에 각자 이해가 엇갈려 있다고 전제하면서 한국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있어 소련의 중재적 역할을,소련은 자국에 대한 한국의 투자증진을 각각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르 몽드는 그러나 소련이 북한에 대한 무기공급을 감축할 지 주목된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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