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마의 신화 베일 벗는다|늑대젖 먹고자란 로물루스왕 유적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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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고대로마의 신화가 벗겨지고 있다.
기원전 8세기 중엽 늑대젖을 먹고 자란 로물루스왕이 말라티노 언덕지역을 중심으로 로마를 건설했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신화로 전해져 왔으나 최근 그 유적지가 발굴됐다.
지금까지 로마의 유적은 기원전 575년까지의 것들만 발굴돼 그이전 로마의 존재는 인정받지 못해 왔다.
로물루스 유적 발굴이라는 고고학계의 획기적인 성과는 안드리아 카란디니교수의 고대로마 발굴조사팀이 기원전 8세기께 로마 외곽 성벽과 토기류, 왕(REX)을 의미하는 명문을 발굴해 왕조시대의 존재까지 확인해 이루어졌다.
로물루스는 기원전 8세기 중엽 쌍둥이형제인 레무스와 함께 늑대젖을 먹고 자라 팔라티노 언덕지역에 고대로마의 기초를 세우고 외침을 막기 위해 성벽까지 세웠다고 기록돼 있다.
카란디니교수팀은 클로세움과 로마광장 사이에 위치한 팔라티노 언덕의 북쪽에서 역사가 타키투스가 기록했던 로물루스의 방벽과 기원전 7백30년께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류를 대량으로 발굴, 로물루스신화를 역사시대로 끌어내렸다.
발굴팀은 돌구름으로 이루어진 이 지역 지하에서 저장고, 왕궁기초부, 기원전 8세기께 건립된 방벽과 도랑을 찾아냈다.
이같은 발굴은 2년전 이루어져 이제 보고서 작성 단계에 있으나 정부예산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다.
이탈리아정부가 6월에 열리는 월드컵축구에 많은 예산을 투입, 이 사업에 상대적으로 예산투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한편 카란디니교수는 그리스·로마시대 관련 고고학 연구분야인 고전주의 고고학의 대가로 손꼽히는 인물.
로마역사는 그리스역사및 신화, 이와 관련된 유적 발굴에 상대적으로 밀러 빛을 보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고대 그리스및 로마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으며 77년11월8일 그리스 테사로니커대학 마노리스 안드로니쿠스박사의 필리포스2세 (알렉산더대왕의 부친)무덤 발굴을 기폭제로 고대 그리스·로마의 문화유적 발굴이 활발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흔히 신화는 실체의 편린으로 짜깁기된다고 표현되고 고고학적 발굴은 이같은 실체에 접근하는 과거로의 여행으로 설명된다.
지금 유럽에서는 로물루스의 신화·역사로 편입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학계에서는 B C194∼108년까지 존재한 것으로 사기나 한서에 기록된 위만조선시대까지를 역사시대로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시대의 유적발굴만으로 과감히 신화를 깨버리는 서구학계의 태도를 감안, 우리 학계도신석기말기의 단군조선, 청동기초기시대의 기자조선시대를 우리의 역사로 인정하는 자세가 기대된다.
서울대 고고학과 최몽토교수는 『최근 고고학계와 고대사 문헌 해석분야의 활발한 연구로 우리나라의 신석기 말기및 초기철기시대 유적및 문헌이 속속 발굴되고 있다』면서 『우리의 단군신화도 이같은 추세로 보면 엄연한 우리 역사로 인정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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