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권력구조 개편 특징|전문인 중용…「잊혀진 인물」도 재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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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북한이 최근 노동당 제6기 18차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제9기 1차회의를 계기로 단행한 권력구조 재편의 가장 큰 특징은 김일성 중심의 「유일적 영도」체제와 김정일 후계체제 공고화인 동시에 항일빨치산세대가 여전히 중시되고 경제등 각부문의 테크너크랫의 진출이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빨치산세대로서 이번에 중용된 가장 두드러진 인물은 최광·김철만이며 테크너크랫으로는 한성룡·최영림 등이다.
군총참모장 최광은 당정치국 후보위원이였다가 서열 8위의 정치국원 및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됨으로써 급부상했다. 최는 3O년대 중반에 항일유격대에 참가했으며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13사단장이었다.
최광은 군부의 실력자로서 63년2월에 이미 군총참모장에 기용된 적이 있다. 그러나 69년 반김일성 움직임인 김창봉사건에 연루, 숙청됐다가 77년4월 황해남도 인민위원장으로 재등장, 부심이 심한 인물이다. 최는 88년2월 오극렬 후임으로 군총참모장직을 다시 맡음으로써 명실공히 군부내의 오진우 다음 가는 실력자로서 재부상했으며 이번에 당과 군의 중심인물로 부각됐다.
김철만은 80년 6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군사위원으로 부상한 뒤 지금까지 이렇다 할 활동이 없다가 이번에 정치국 후보위원 및 국방위원으로 재부상했다.
김은 35년 동만주 장백산 지역에서 항일 유격대원으로 활동했으며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연대장급으로 참전했다.
김은 군부총참모장까지 지낸 전형적인 군출신으로 현재 몇명 남지 않은 빨치산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빨치산세대의 중용은 북한이 「혁명전통」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계공업부문의 테크너크랫인 한성룡은 80년 6차 당대회에서 당중앙위 후보위원으로 선출된데 이어 88년 중앙위원·정치국 후보위원 및 당비서로 승승장구한 엘리트다. 한은 이번에 서열 10위의 정치국원으로 도약함으로써 주목되는 인물중의 하나다.
최영림은 70년대 당중앙위부장으로 활동하다가 80년 6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발탁된 실무형의 간부다. 그는 81년8월 정치국원, 84년4월 정무원 제1부총리 등으로 맹활약하다가 85년 10월 돌연히 부총리 및 정치국원에서 해임된 뒤 「잊혀진 인물」이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갑자기 당정치국 후보위원·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장으로 재부상한 것이다. 정치국원까지 지냈던 전력으로 보아 앞으로 권력의 핵심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테크너크랫으로 발탁된 최태복도 80년대 들어 줄곧 정무원의 교육위원장을 지내다 86년 12월 당의 교육담당비서로 등용된 교육전문가다. 최의 발탁은 북한이 사상 및 기술교육을 보다 강화해나갈 것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 같은 인물의 변화 외에 권력구조에 대한 개편도 있었다. 주목되는 것은 「국방위원회」가 격상되어 확대 개편된 사실이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부주석선거에 이어 국방위원회 선거를 실시해 중앙인민위원회보다 국방위원회를 앞 서열로 조정한 것이다.
또 국방위원회에 새로 설치된 제1부의원장직에 김정일이 선출된 것으로 보아 이 기구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밖에도 권력기구의 부분적인 조정이 있었던 것이 눈에 띈다.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작년 11월 외교위원회를 신설한데 이어 이번에 「통일정책심의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장에 대남전문가 윤기복(당비서 및 조국평화통일위원화 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는 앞으로 대남·대서방 외교와 관련, 최고인민회의 기능과 역할을 보다 강화하려는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무원에서는 기존의 「13개위원회·25개부·1개원」체제를 「14개위원회·25개부·1개원」체제로 조정했다. 이는 중앙인민위원회산하의 국가검열위원회를 정무원 산하로 흡수하고, 합영공업부를 폐지하고 해운부를 신설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정무원총리·부총리를 중앙인민위원회 위원에서 제외시키고 도·직할시의 인민위원장 전원을 위원으로 선임한 것도 이번에 일어난 변화의 하나다.
이러한 일련의 기구조정은 정부 부서의 기능을 분화하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취해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유영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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