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길만 뚫렸어도… 일반 차량이 가로막아 구조 늦어 더 큰 희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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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에서 갓길을 점령하고 있던 일부 차량 탓에 구조대의 현장 도착이 늦어져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구조대인 대한응급환자 이송단 평택지부에 따르면 박요한(48) 지부장은 이날 오전 8시2분쯤 도로공사로부터 구조작업 지원 요청을 받고 동료 6명과 함께 응급차 3대에 타고 현장으로 출발했다.

이들은 막히는 도로의 갓길을 이용, 어렵게 사고 현장 400여m 앞까지 도착했으나 현장 접근이 불가능했다. 응급 차량을 위해 비워둬야 할 갓길을 현장에서 빠져 나오려는 일반 차량이 모두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차에서 내려 장비를 들고 현장까지 걸어가야 했으며 평소 7~8분 거리를 40여분 만에 도착했다. 119 소방대도 사고 직후 민간구조대와 마찬가지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지부장은 "이번 사고에서 추돌 충격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불에 타거나 연기에 질식해 숨진 피해자가 많았다"며 "갓길만 막히지 않았다면 구조작업을 빨리 할 수 있어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갓길이 막혔기 때문에 환자들을 들것으로 응급차 있는 곳까지 옮기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장에 도착해 보니 여기저기에서 불길이 치솟고 부상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며 "부상하지 않은 일부 운전자가 구조작업을 하고 있었으며 차량에서 빠져 나온 피해자들은 도로 곳곳에 드러누운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갓길을 항상 비워둬야만 유사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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