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 5명 구조 '수퍼맨'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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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불길이 솟아오르는 차에서 신음하는 부상자들을 살려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서해대교에서 발생한 연쇄 추돌사고로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입고도 사고 현장을 누비며 5명의 소중한 목숨을 구한 홍성재(40.사진)씨. 홍씨는 이날 오후 평택 성심병원에서 인대 접합수술을 받고 난 뒤 "수퍼맨과 같은 용감한 행동이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겸손해 했다.

그는 이날 새로 출고된 승용차 8대를 캐리어 화물차에 싣고 서해대교를 따라 평택항으로 가던 중 10m 앞에서 사고를 당한 승합차에서 한 아주머니가 급히 뛰쳐나와 바닥에 넘어지는 것을 보았다. 아주머니를 도우려는 생각에 캐리어를 세운 홍씨가 차문을 열고 내려서는 순간 갑자기 홍씨의 차가 뒤 차량에 받혔고 이 사고로 홍씨는 오른팔 인대가 끊어졌다.

하지만 홍씨는 아픈 팔을 부여잡고 트럭 바퀴 쪽에 쓰러져 있던 아주머니를 끌어내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이어 불길이 치솟는 차량에서 "살려달라"는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쏟아지자 자신의 차에 있던 이불을 꺼내 뒤집어쓴 뒤 불 타는 차량에 뛰어들어 40~50대로 보이는 남녀 1명씩을 끄집어내 30m 정도 떨어진 곳으로 부축해 옮겼다.

뒤이어 3차선과 갓길 사이에 크게 부서져 있는 승용차에 다가가 앞좌석의 부상자 두 명을 급히 밖으로 끌어냈으나 뒷좌석에 있던 다른 두 명은 구해내지 못했다. 자칫하면 불길에 휩쓸려 죽을 뻔한 부상자 5명을 구해낸 뒤에야 홍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끊어진 인대 접합수술을 받았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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