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이 매장 앞섰는데 화장시설은 모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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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장묘 문화를 바꾸자는 시민운동을 8년째 하고 있는 박복순씨는 5~6년 전까지 일본에 자주 갔다. 일본 화장 문화를 배우고 참고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요즘 박씨가 사무총장으로 있는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에는 일본인이 자주 찾아온다. 박 사무총장은 "일본인은 30%대였던 화장률이 8년 만에 어떻게 50%대로 올라갈 수 있느냐며 깜짝 놀란다"며 "도쿄대 연구진은 한국의 화장 문화 변화에 관한 연구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일 지난해 화장률이 52.6%를 기록, 처음으로 매장률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늘어난 수요를 뒷받침할 화장장 등 관련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 화장이 대세=화장률은 1955년 5.8%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 이후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2010년엔 7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74.8%).인천(69%).서울(64.9%) 등 대도시는 이미 화장이 가장 압도적인 장사(葬事)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화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바뀌었고, 핵가족화로 후손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화장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분석했다.

?부족한 화장장=서울시립 벽제화장장에선 21기의 화장로가 고장이 걱정될 정도로 매일 가동되고 있다. 인터넷 예약을 받지만 닷새 전에 예약해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을 정도다. 기당 하루 처리 건수는 4.7건으로 이미 적정 건수(기당 2~3건)를 넘어섰다.

곽흥문 부장은 "수원.성남 등 경기도 일원에서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강원도나 충청도까지 가는 유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곳은 2000년 화장로 7기를 늘린 이후 증설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인근 주민의 반대가 워낙 거세서다.

서울뿐 아니다. 현재 설치된 화장장은 전국 46곳에 불과하다. 예정된 공사가 진행되더라도 2010년까지 겨우 6곳이 늘어날 뿐이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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