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공부엔 졸업이 없어요" 민심대장정 94일 손학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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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지사(오른쪽)와 강재섭 대표가 1일 대전의 한 제과점에서 빵을 만들고 있다. [뉴시스]

"민생 공부에 졸업이 어디 있습니까."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1일 '100일 민심대장정'이 막바지로 치닫는 데 대한 소회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날은 그가 민심 속으로 뛰어든 지 94일째. 그동안 손 전 지사는 전국을 누비며 탄광원부터 용접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런 고행(苦行)의 끝이 보이니 기뻐할 법도 하건만, 그는 의외로 덤덤했다. "서민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알게 되니 생각이 점점 많아진다"고 심경을 설명했다. 손 전 지사는 민생의 어려움을 ▶일자리 부족▶교육비 증가▶불안한 노후▶주택가격 폭등 등 네 가지로 요약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제빵사 직업에 도전했다. 그는 대전시 은행동에 있는 한 빵집에서 세 시간여 동안 일했다. 밀가루 반죽을 일정한 크기로 자르고, 구워진 빵 위에 시럽을 바르는 보조 역할이었지만 연방 땀방울을 떨어뜨렸다. 이런 성실함 덕분에 최근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은 올라가는 추세다.

이날 작업현장엔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도 격려차 찾아와 팔을 걷어붙였다. 강 대표는 "손 전 지사가 민심대장정을 시작할 때 많은 이가 '며칠 하다 말겠지'하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의 진심을 국민 모두가 이제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손 전 지사의 노력이 한나라당의 지지층을 넓혀주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손 전 지사도 "강 대표가 당을 새롭게 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손 전 지사는 당초 계획보다 이틀을 넘겨 9일 대장정을 마칠 계획이다. 참모진은 잠시 쉴 것을 권하고 있지만, 손 전 지사가 이를 뿌리치고 있다. 그는 "곧바로 자문 교수들과의 토론을 통해 대장정에서 체험한 민생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며 "민생 공부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언제든 다시 현장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손 전 지사는 대장정 기간 중 50매로 된 수첩을 8권이나 썼다고 한다. 그 속에는 민생과 관련한 건의와 요구가 빼곡했다.

그러나 그는 "당분간 정치 현안이나 당 운영에 대해 목소리를 낼 생각은 없다"며 정치권과 거리를 둘 뜻을 밝혔다.

대전=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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