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남아돌 때 아껴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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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또다시 에너지 절약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름철 전력수요 급증에 대한 한전 측의 염려가 대단하다.
1, 2차 오일쇼크 때는 방송시간을 줄이고 한 집 한 등 끄기를 권장하고 절전형 전자제품을 만드느라 애썼다. 그러나 어느새 온 세상이 전기를 흥청망청 쓰고 있다. 생활규모가 커지고 이에 따라 가전제품등 의 사용이 급격히 증가, 특히 올 여름 피크타임에는 전력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 같다.
언젠가 오스트리아 빈에 잤을 때 그곳 내무부를 방문한 적이 있다. 어두운 석조건물 내부엔 촉광이 아주 낮은 등이 켜져 있었고 사무실 직원들은 책상을 창쪽으로 바짝 붙여 놓아두고 사무를 보고있었다. 화려하게만 생각했던 외국에서 접한 이같은 상황은 자못 의아스러웠다.
『전력이 부족한 편입니까』라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이만한 정도면 전등을 켤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전력의 절반을 동구로 수출하고 나머지 50%도 채 소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유있다고 그때 그때 다 소비해 버리면 정작 어려울 때 참을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후 지금껏 그 관리를 생각하며 사무실 조명을 어둡게 해놓는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에너지절약 중요성을 물어보면 정말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불과 20%도 안 된다. 특히 가정에서 절약다운 절약을 하는 집들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2차대전과 6·25를 겪은 른들이 있는 집안에서나 절전의식을 가르쳐 생활화된 경우가 있다. 때문에 이런 집안에서 자란 어린이들은 불을 켜기보다 불을 끄는데 재미를 갖고있어 가끔 남의 집에 가서도 마구 불을 꺼버리는 바람에 어른들을 웃기기도 하는 예를 종종 본다.
어떻게 생각하면 가정에서의 한 등 끄기 운동은 요즘의 가계 지출에서 별로 큰 절약이 안되는 금액일지 모른다. 그러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데 유념해야 할 것이다. 한사람 한사람의 자각이 중요한 때다. 꼭 필요한 때만 쓰고 절전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절전은 공장을 돌리게 하고 산업을 발전시킨다. 그러나 가정에서 요구되는 절전의식만큼 산업도 절전의식이 충실한가를 묻고싶다. 또 불요불급한 소비재를 만들고 있지 않은가, 그 때문에 낭비를 조장하고 있지는 않은가, 소비자에게 필요한 물건만을 만드는 알뜰하고 성실한 기업가 정신이 있는지 뒤돌아 볼일이다.
다가올 또 한차례의 석유파동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어려웠던 지난 시절과 다소 여유가 있다해서 절약정신이 해이해진 생활주변을 돌아보고 자원이 빈약해 에너지의 해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환경보전 측면에서 보면 발전소 건설만이 능사는 아니다.
에너지절약과 밀접한 소비생활운동을 전개, 절전시대를 새롭게 열어야겠다.
정광호〈한국소비자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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