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한국인들 참혹한 죽음/일제 광산사망자 명단일부 밝혀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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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자살ㆍ익사등이 대부분/재일교포가 공개
【동경=연합】 태평양 전쟁중 일본의 한 광산에 동원됐다가 숨진 한국인 강제징용자의 명단 일부가 50여년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들 사망자들은 일본 기부현 길성군 신강정 삼정광업소에 강제동원됐다가 1940∼45년 사이에 숨진 사람들로 병사보다 자살ㆍ익사ㆍ전신타박상ㆍ두부타박상ㆍ외상성 출혈등의 사인이 훨씬 많아 당시 일본전역에 걸쳐있던 한국인들의 강제노역 현장이 얼마나 참혹했던가를 잘 말해 주고 있다.
특히 이 광산은 한국인 노무자뿐만 아니라 그들을 따라온 80여명이나 되는 어린이들까지도 영양실조ㆍ질병등으로 숨지는등 모두 1백30여명이 타살ㆍ자살 또는 병사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사망자들 가운데에는 10대 4명,50대 2명과 명단이 밝혀지지 않은 부녀자도 7명이 끼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정광업소에서 숨진 한국인명단은 65년8월 재일교포 김봉수씨(47ㆍ수도설비업ㆍ애지현 소목시)가 신강정사무소에서 「매화장인허원철」을 발견,25년동안 보관해오다 이번에 공개함으로써 처음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 문서철은 사망자를 매장 또는 화장할 때 정사무소(우리의 읍사무소에 해당)에 제출하는 신고서류 묶음으로 김씨는 광산근처 주택건설 공사의 수도배관공사를 하청받아 현지에서 작업하던중 한 한국인 식당주인으로부터 이 광산에 「조선인」노무자가 동원돼 무참히 학살됐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온갖 노력끝에 신강정사무소로부터 이를 입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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