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외국 화장품 이사가 혀를 내두르는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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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 한국 여성의 가장 큰 피부 고민은 건성 피부다. 그래서 영양 크림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2) 한국 여성은 밝고 하얀 피부를 갖고 싶어한다. 아기처럼 하얀 피부는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3) 한국 여성은 크림을 바르고 나서 피부에 막이 느껴질 정도의 유분 감을 선호한다. 바로 흡수가 되는 제품을 선호하는 서양 여성들과 달리 풍부한 질감을 좋아한다.

2월 한국에 부임한 랑콤 브랜드 매니저 니콜라 드브레(사진)이사는 한국 여성들의 특징을 적은 보고서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테스트 마켓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까다로울 줄 몰랐다.

그는 로레알에서만 9년을 일했고, 한국에 오기 전까지 프랑스와 홍콩에서 일 한 경험이 있다. 그런 그가 "지금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까다로운 한국 여성들의 취향은 뷰티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을 질리게 한 것이다.

랑콤이 다음달 내놓을 신제품 소개 행사에서 드브레 이사를 만났다. 그는 머리에 꿀벌 모양의 머리띠를 착용한 채 기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행사를 하면서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한국이 처음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보여준 신제품은 로열 젤리를 원료로 만든 '뉴트릭스 로얄'이라는 제품. 100% 한국을 위해 개발한 제품으로 판매도 한국에서 제일 먼저 시작하고 에센스는 한국에서만 판매할 것이란다.

2년 전부터 개발에 들어간 이 제품은 프랑스와 한국의 연구팀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한국 여성만을 위한 특별한 처방을 찾던 중 한국 여성들이 마스크를 할 때 꿀을 바르거나 입술이 텄을 때도 꿀을 바르고 잠자리에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에겐 그다지 신기한 일이 아니지만 프랑스 연구팀에겐 꿀을 먹지 않고 얼굴에 바른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단다.

드브레 이사는 "한국 여성들은 영양 크림을 발랐을 때 뭔가 좋은 제품을 발랐다는 느낌이 드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양 여성들에겐 부담이 될 정도의 진한 크림을 선호하는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하기야 그만한 돈을 써서 크림을 샀다면 역시 '돈 발'이 느껴져야 할 것 아닌가.

한국 여성을 만족시키려면 효능은 물론이고 질감에 향기까지 신경 써야 한다. 조금이라도 신경을 덜 쓰면 바로 도태다. 'Keep on moving'이라는 말처럼 벽안의 외국인 이사도 힘들게 만드는 한국 여성의 까다로운 입맛, 대단하지 않은가?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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