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야요이문화의 전형으로 알려진 「환호」|국내서도 첫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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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외침에서 집단주거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로 알려진 환호가 국내에서 처음 발굴됐다.
환호는 그동안 일본 야요이(미생) 문화의 전형적인 것으로 알려져왔으나 이번에 발굴된것은 일본것(BC3세기)보다 앞선(BC4세기 이전) 것으로 고고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산대박물관(관장 김종원)팀이 발굴한 이 환호는 우리문화가 일본에 전파돼 야요이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학설을 뒷받침해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고고학회는 이 유적지가 우리문화사및 역사에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 8일 현장답사팀을 구성해 현지에서 조사활동을 펴기로했다.
부산대팀이 2월3일부터 3월말까지 발굴한 이유적지는 경남울주군웅촌면검단리50번지 일대 3천6백여평.
환호는 폭50∼2백cm, 깊이20∼90cm, 둘레 2백40m(1백20m는 확인) 규모의 원형으로 구덩이의 단면은 V자형을 이루고있다.
이 유적에서는 주거지 80동, 수혈 3기, 요지 2기, 지석묘 2기등 유구와 석촉18개, 돌칼4개, 돌도끼9개, 돌끌3개, 반월형 돌칼 6개등 석기49점과 무문토기28점, 붉은 간토기(단도마연토기) 2점등 토기30점, 어망추90개, 방추차4개등의 유물이 함께 발굴됐다.
이 환호는 당시의 집단촌락형태파악은 물론 그집단의 사회·경제·문화연구및 청동기시대의 집단문제연구에 큰 기여를 할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일본의 경우 환호는 판부·유전·금천 유적등에서 BC3세기께의 것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지만 우리의 것은 일본보다 빠른 BC4세기 이전의 것. 따라서 일본의 것과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한반도청동기문화, 환호집낙의 발전은 물론 일본으로의 문화이동 과정연구에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이곳에서 발굴된 붉은 간토기는 지금까지 부장품으로만 알려져온 것과는 달리 주거지에서 발굴돼 생활용구라는 새로운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거지는 반수혈주거지로 평면형태는 직사각형과 정사각형 두가지로 내부시설로는 벽면을 따라 구덩이(주구)가 있고 노지는 안쪽벽면에 위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환호안에서는 일본의 것과는 달리 신석기시대의 석기와 토기가 대량으로 발굴돼 정밀조사를 거치면 환호설치시기가 BC4세기보다 거슬러 올라갈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유적지일대는 울산골프장의 9홀증설구역에 위치, 두달여의 발굴조사를 끝으로 중단될 처지에 놓여있어 전문가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문화재연구소 조유전박사는 『우리문화사·역사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이같은 유적발굴지가 골프장건설공사때문에 사라지는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런 경우 시공자 스스로가 건설공사를 자제하는 일본의 풍토를 아쉬워했다. <김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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