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방혁신이 수도권 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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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방분권 관련 3대 법률인 지방분권특별법.국가균형발전특별법.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 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하 균형법)안에 대해 수도권 일부에서 반발하고 있어 국회 통과를 앞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균형법의 핵심내용은 낙후지역 지원, 공공기관 지방 이전, 지역 특화산업 육성, 지역 혁신체제 구축, 이를 뒷받침할 특별회계 설치 등이다. 요컨대 균형법은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에로의 자원 분산과 지방에서의 지역혁신 체제 구축을 지원하는 법률이라 할 수 있다.

균형법은 지방에 대한 단순한 재정 지원보다는 지역혁신 체제 구축 지원을 통해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동적 균형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경쟁력이 높은 수도권에 집중 투자해 국가재정을 확대, 지방을 지원한다는 의존적 지방화 발상과는 달리 지방의 경쟁력을 강화해 지방을 살리려는 자립적 지방화 개념에 입각해 있다.

사실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를 통해 지방에 새롭게 지원될 재원 규모는 1조원도 채 안되며, 지방교부세 인상을 통해 추가로 지원될 금액을 합해 봐도 2003년 예산 기준으로 지방이전 재원 규모의 순증은 2.8조원에 불과하다. 이런 까닭에 지방에서는 조삼모사에 불과하다고 불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일부에서 몇 가지 이유를 들면서 이 법에 반대하고 있다. 우선 수도권의 낙후지역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정부의 균형법안에는 수도권 접경지역을 포함한 낙후지역이 지원 대상에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는 낙후지역 지원 대상을 비수도권에만 국한할 것을 요구한다.

균형법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분법에 기초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지역간 불균형 해소를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지방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해소하고 서울 일극집중형 발전 체제를 다극분산형 발전체제로 전환시키겠다고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균형법의 진정한 쟁점은 과연 그것이 수도권의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국토연구원의 연구에 의하면 수도권 집중이 수도권과 지방 간의 공생력을 떨어뜨려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수도권의 경우 산업성장의 지역 내 파급 효과는 높고 지역 간 파급효과는 낮은 반면, 지방의 경우 지역 내 파급효과는 낮고 지역간 파급효과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1980년대 이후 수도권의 인구가 집중될수록 수도권 집적에 따른 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지방의 투자비율을 높일 경우 국내총생산을 증가시키지만 수도권 투자비율을 높이면 국내총생산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결과는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을 지방으로 분산하고 지방투자를 강화하려는 균형법이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과 지방과 수도권의 경쟁력을 함께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권한이양과 자원분산에 기초해 지역경제의 자생력을 높이는 지역혁신 체제 구축이 성공했을 때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균형법이 실시되면 토지와 주택을 많이 가진 사람들, 수도권 건설투자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 수도권의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도권 시민은 수도권 인구가 안정되며 집값과 땅값이 하락하고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이 줄어들어 삶의 질이 향상됨으로써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균형법 제정 이후에는 지방의 자생력 회복 정도에 연동해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개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많이 가진 수도권 지역이 적게 가진 지방에 나눔을 통해 상생하려는 자세를 보여줄 때, 대한민국이 두 개의 국민으로 분열되지 않고 전국 어느 지역에서 살더라도 개성있게 골고루 떳떳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하나의 한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형기 경북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