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이념적 접근 … 정치문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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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쪽은 보수 진영이다. 이른바 진보 진영에선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다.

전작권과 관련한 대규모 집회.시위는 지난달부터 모두 6건이 열렸다. 이 중 4건을 보수단체가 주최했다. 최대 참가인원만 따져보면 보수 측이 5만 명인 반면 진보 측은 300명에 불과하다. 보수 진영은 연일 성명에다 시국선언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진보 진영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지난달 17일 내놓은 '작전권 환수 본질을 왜곡하는 논쟁 중단해야 한다'는 성명 정도가 고작이다. 과거 촛불 시위 같은 대규모 집회는 아예 기미조차 없다. 진보 진영이 이번 이슈에 대해 조용한 이유는 뭘까.

전작권 환수는 1980년대부터 진보 진영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사안이다. 이를 현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으니 진보 진영은 공연히 이를 공론화해 찬반 양론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11일 "보수 진영이 전작권 문제를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접근해 과도한 행동을 취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작권 이슈를 반미투쟁의 전면에 내세우기도 애매하다. 진보 진영의 기본 입장은 전작권의 즉각적인 환수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2012년께야 전작권을 환수한다는 방침인 반면 미국은 우리 정부에 전작권을 빨리 가져 가라며 재촉하는 형국이다. 오히려 미국의 입장이 진보 진영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뉴라이트 계열인 자유주의연대 홍진표 정책위원장은 "미국이 소극적일 경우엔 진보 진영이 전작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달려들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미국의 적극적인 자세 때문에 진보 진영이 난처해졌다"고 진단했다.

진보 진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운동을 하반기의 최대 투쟁 목표로 삼고 있다. FTA 이슈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미군기지 환경오염, 직도 공군사격장 설치 등 여러 반미 이슈를 하나로 묶는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정부에 대해 각을 세우기 애매한 전작권 문제에 역량을 분산시키지 않겠다는 게 내부 전략이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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