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탐사장비가 “수훈 갑”/과기원 나정웅 교수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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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개 시추공 사이 전자파 발사/갱도 여부ㆍ위치 정확히 가려내
이번 북한측이 뚫은 제4땅굴의 발견에는 국내 과학자팀에 의한 세계 최초의 탐사이론과 이를 이용한 첨단탐사장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과학기술원 전기ㆍ전자공학과 나정웅교수(49)팀이 과기처의 특정연구과제로 수행한 「공동ㆍ공진회절 원리」와 이를 응용,국내에서 제작한 특수탐사장비로 땅굴의 정확한 위치와 크기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 기술은 2개의 시추공 사이에 연속적으로 전자파(CW)를 발사ㆍ수신해 나타나는 전자파의 파형을 분석,두 구멍사이에 갱도의 존재여부와 위치를 탐색해내는 새로운 방법. 두 시추공 사이에 수신전파의 감쇄현상이 나타나면 공동이나 터널이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항공사진등을 분석,땅굴의 이상징후가 발견된 지난해 10월부터 나교수팀의 김세윤박사(35),황승섭기사(32) 등이 현장에서 작업에 착수해 11월에 땅굴 가능성이 높은 지점을 찾아냈고 이어 관통 시추에 들어가 지난해 12월24일 가칠봉 중턱 지하 1백40여m 지점에서 땅굴과 관통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의 땅굴은 굴착공 폭발,수증기 증발,음향 등을 포착하는 방법으로 거의 1m 간격으로 굴착하고서도 땅굴의 위치를 찾아내는데 상당한 기간이 걸렸으나 나박사팀은 20m 간격으로 시추공을 뚫고도 2개월 만에 정확한 지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것.
나박사는 『시추공 하나 뚫는 데만도 1주일씩이나 걸렸고 다행히 예상되는 지점을 찾아냈더라도 지하 1백m 이상을 뚫고 내려가는 사이 목표지점보다 5m 정도 벗어나는등 지하 깊숙히 있는 2m 정도의 굴을 찾아내는 일은 매우 힘든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나박사는 『이번 성과는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한 장기적 기초연구의 개가이며 국산 국방기술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나박사팀이 75년부터 연구를 시작,이번 개발한 장비는 지난 87년 철원 땅굴을 모델로 해 미국ㆍ캐나다ㆍ노르웨이 장비와 함께 현장시험을 한 결과 가장 우수한 장비로 평가받은 바 있다.〈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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