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 개혁바람 멀지않다/“소 본받자” 젊은이들 탈이념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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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권력 갈등 심할땐 민중시위도 예상
【노보스티 본사특약】 소련및 동구 개혁 물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스탈린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알바니아도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배워야 한다고 소반광영 노보스티 통신이 최근 강조했다.
노보스티 통신의 전유고슬라비아 주재 특파원을 지낸 이통신의 국제문제 해설가 세르게이 그리주노프씨는 알바니아도 젊은 세대가 주축이 된 개혁의 날이 곧 올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노보스티통신이 중앙일보에 보내온 세르게이씨의 기사 전문이다.
알바니아는 전례없는 민주화 개혁 열풍이 소련ㆍ동구를 휩쓸고 있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이를 거부하고 있는 나라다. 따라서 이제 알바니아 차례는 언제쯤일까 하는 의문이 당연히 생기게 마련이다.
지난 61년 고 호자서기장이 흐루시초프 소련 서기장의 스탈린격하운동ㆍ평화공존 노력에 반대,양국국교가 단절됐다.
그후 알바니아인과 이미 결혼한 소련인을 제외하곤 소련인의 알바니아 입국이 금지돼 지금까지 알바니아 내부 사정은 거의 알려진바 없다.
이런 실정을 감안,필자는 유고슬라비아 주재 특파원으로 근무할 당시 알바니아를 방문한 사람이나 유고슬라비아 이주 알바니아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곳 사정을 알기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필자는 전 알바니아주재 유고대사였던 란코 마르코비치를 만나 많은 것을 터득했다
『알바니아는 가서 살아보지 않고는 이해할수 없는 아주 이상한 나라다. 시그리미 비밀경찰이 어디에나 깔려있고 아버지가 아들을,아들이 아버지를,형이 누이를,누이가 다른 형제ㆍ자매들을 서로 감시하고 있어 대중조직이 결성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마르코비치는 『독재와 스탈린주의ㆍ파시즘이 혼합된 절망적인 나라』라고 알바니아를 정의했다.
그러나 보안군 세쿠리타테의 공포정치 속에서도 민주혁명을 성공시킨 루마니아 사태를 경험한 바 있는 필자로선 『알바니아의 대규모 민중시위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말에는 완전히 수긍이 가지 않았다.
마르코비치는 『알바니아 권력 상층부의 갈등이 있을때만 개혁이 가능하다』며 필자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마르코비치의 말은 루마니아 최고 실력자인 라미즈 아리아 인민의회 간부회의장과 고 호자서기장의 미망인 네미지아 여사 사이의 복잡한 권력관계가 있음을 암시한다.
일부 알바니아 소식통들은 둘의 관계를 알바니아 정부내에 일고있는 개혁주의파(아리아)와 교조주의파(네미지아)간의 갈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네미지아 여사가 민주전선의장과 마르크스­레닌연구소장을 맡고있고 인민의원으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지만 정치국원은 아니기 때문에 영향력 행사에는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보고있다.
알바니아에서의 획기적인 정치개혁은 네미지아의 정치지도력 보다는 인민들의 의지로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는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페레스트로이카를 「수정주의와 제국주의의 음모」 「반혁명적인 개혁」이라고 비난하는 알바니아정부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소련은 더이상 신뢰를 가장하고 자신을 속이는 일을 중지해야 한다.
소련이 인내하고 참아왔던 루마니아 티미시와라 유혈참극의 결과가 이를 잘 입증한다. 【세르게이 그리주노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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