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빽 지르고 야릇한 춤 발레 맞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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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발레를 하는데 연기를 하고 말을 한단다. "백-작!"이라고 소리도 빽 지른다. 술집 작부와 야릇한 춤도 춘다. 우아한 발레와 영영 이별하겠다는 말인가.

서울발레시어터(단장 김인희)의 신작 '피가로의 결혼' 얘기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기를 맞아 대표적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발레화했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8, 9일 공연한다.

서울발레시어터는 국내에서 이제껏 전례가 없는 특별한 발레단이다. 국공립 단체가 아닌 민간 단체로서 거의 유일하게 자생력을 키워가며 어느새 창단 10년을 넘겼다. 30여명의 단원들은 매달 빠짐 없이 월급을 받고, 의료 보험과 국민 연금에도 가입돼 있는 '직업 무용수'다. 공연도 하고, 정부 지원금도 받고, 기업 후원금도 얻어내며 척박한 한국 발레 환경에서 새로운 모델형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도 안무는 제임스 전(47)이 맡았다.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 같이 외국 대작을 그대로 하거나, 아니면 해외의 유명 안무가를 모셔와 작품을 맡기는 기존 국내 발레의 제작 방식과 다르다.

제임스 전은 이번에도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낸다. 외부 연출가와 함께 무용수들의 연기를 지도하는가 하면, 클래식과 현대의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심지어 모차르트를 등장시켜 그의 일생과 '피가로의 결혼'이란 작품을 뒤섞는 상상력을 발휘한다. "전반적으론 코믹한 터치지만 아버지와의 갈등 등 창작의 고통으로 고뇌하는 모차르트의 내면 세계도 보여줄 것"이라고 말한다. '귀족 예술이란 허울을 벗고 대중의 눈높이로 다가가겠다'는 서울발레시어터의 모토가 이번에도 힘을 발휘할까. 02-3442-2637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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