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육성해 취업난 해결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얼마전 문교부가 발표한 전문대학 육성방안은 대입문제뿐 아니라 취업난 해결에 있어서도 환영할만한 정책으로 받아들여진다. 우리의 경우 지나치게 대학이라는 학벌에 매달려 있는 현실이다. 대학을 나오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잘못된 사회구조 때문에 너나할 것 없이 대학 진학의 환상에 사로잡혀있다.
좋게 말해 우리의 교육열이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으나 이런 결과는 무엇인가. 4.5대1이라는 대입경쟁률을 뚫고 4년간 소 팔고 논 팔아 대학공부를 하여 졸업했다고 가정하자. 또다시 좁디좁은 취직의 문을 열기 위해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일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온 국민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전문대학 출신자들은 어떠한가. 전문대학이라는 중견 전문인력 양성기관이 도입되어 첫 배출된 81년도에는 27.0%였던 취업률이 매년 높아져 89년 졸업자들은 군 입대 19,603명, 진학 및 유학 6,134명을 제외한 58,1l8명중 79.4%인 46,143명이 일자리를 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중 여성의 경우는 60.5%를 나타냈다. 정규대 졸업자의 남자 52.2%와 여자 34.0%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적어도 전문대학 출신자들은 구직문제가 사회화되지는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취업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기업체에서 전문대학 출신자들의 기술수준 및 사내 공헌도가 향상됨에 따라 학력간 임금격차가 줄어들고 또한 취직의 문호가 확대된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전문대학이 정규대학에 낙방하여 입학하는 수준 낮은 학력으로 보지 말고 자신의 모든 여건과 능력에 맞춰 졸업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규대 졸업자를 채용하려는 경우보다 전문대학 출신자들을 채용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비추어본다면 바람직한 경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고학력 중시풍조의 사회적 모순도 과감히 없애는 문제도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경우는 초급대 졸업자 수는 205,098명(남자 14,512명·여자 190,586명)이며 정규대 졸업자수는 376,648명(남자 276,048명·여자 100,640명)으로 초급대 졸업자 구성비가 적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초급대 졸업 여성의 구성비는 정규대 졸업 여성 구성비보다 무려 2배 가까운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보다 이미 오래 전에 초급대학의 개념을 도입한 일본은 이들 고 학력자들의 취업률이 전문대 졸업 남자71.2%·여자86.1%, 정규대 졸업 남자 76.9%·여자 78.5%로 나타나 우리와 비교해 부럽기 한이 없다.
전문대 육성은 취업난과 대입문제 해결에 큰 획을 그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전문대학의 정원을 대폭 늘려 대입 낙방으로 생긴 많은 낙오자를 방치하지 말고 내일의 산업역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중견인 양성이 최상의 대책일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해결해야할 몇 가지 문제가 있다. 현대 사회는 신분사회가 아닌 능력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고, 전문 대학 자체내에서 중견 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내실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기업체에서는 학력간 임금격차를 줄여야 할 것이며, 전문대학 졸업생에 대한 차별의식도 없어져야 한다. 4년제 대학만을 선호하는 사회의 여러 가지 의식도 개선되어 전문대학이 정규대학의 종속적인 위치에서 벗어나도록 돼야할 것이다. 김일면<한국 취업문제 연구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