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 완충지대 … 평화유지군 배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3일부터 여름 휴가에 들어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5일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中)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右)에게서 중동 레바논 사태에 대해 브리핑받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매년 크로퍼드 목장에서 3~4주간 여름 휴가를 즐겨 왔지만 올해는 열흘 만 체류할 예정이다. [크로퍼드 AP=연합뉴스]

유엔 평화유지군 배치와 휴전 합의 중 무엇이 먼저인지를 놓고 이견을 보이던 미국과 프랑스가 5일 안보리 결의안 초안에 합의했다. 초안은 양측 간 '적대행위 완전 중단'과 국경에서 북쪽으로 24㎞ 지점에 위치한 리카니강(江)까지의 레바논 남부에 완충지대 설치 및 평화유지군 배치를 골자로 한다.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서방은 이번 결의안 초안을 환영했다. 러시아와 중국도 이 결의안을 지지할 뜻을 비췄다.

하지만 레바논 정부와 헤즈볼라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의안이 현재 레바논 남부를 장악해 가고 있는 이스라엘군의 철수를 요구하지 않고 있는 데다 점령지인 남동부 '쉬바 팜 지역'의 반환을 규정하지 않고 다만 양국 간 국경을 재검토한다는 내용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자위권만 지나치게 강조됐다는 것이다. 헤즈볼라는 특히 납치된 이스라엘 병사 두 명의 무조건 석방과 레바논 내 모든 무장단체의 무장 해제 조항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6일 "이스라엘과 미국의 입장이 대부분 관철된 이번 결의안에 대해 헤즈볼라와 레바논 정부는 물론 대다수 중동 국가가 반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레바논 남부를 놓고 교전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하임 라몬 이스라엘 법무장관은 6일 유엔 결의안 초안 합의에도 불구하고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미 1만4000명을 남부에 투입해 국경에서 7㎞ 지점까지 완전 장악했다. 리타니강 주변과 지중해 하구의 도시 티르에는 공수부대를 투입해 헤즈볼라의 잔존 세력을 남북에서 포위해 소탕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스라엘은 또 레바논 북부 기독교지역과 북동부 산악지역에 대한 폭격을 감행해 헤즈볼라 군사시설과 레바논 주요 도로를 대부분 마비시켰다. 레바논과 시리아를 잇는 유일한 통로였던 베이루트~북부 국경 고속도로도 폐쇄됐다. 시리아 등으로부터 헤즈볼라에 대한 무기 반입을 막기 위한 이스라엘의 집중 공격으로 레바논은 사실상 고립됐다.

이스라엘이 남부를 장악해 평화유지군에 직접 완충지대를 인계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어 유엔 결의안이 나와도 양측 간 교전은 지속될 것이라고 범아랍 일간 알하야트는 6일 지적했다. 레바논 측 사망자는 1000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AFP통신은 6일 오전 현재 레바논 측 사망자가 993명이라고 집계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