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비만도 대사증후군 위험`

중앙일보

입력

뚱뚱하지 않지만 당뇨병이나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은 소위 '마른 비만'을 주목하게 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제대 일산 백병원 오상우 교수 연구팀은 국제 비만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 인터넷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복부비만 없이도 대사 기능에 문제가 있는 소위 '마른 비만'을 대사증후군에 포함해야 한다고 30일 제안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7천962명(남자 3천597명, 여자 4천365명)에게 대사증후군의 과거 진단기준과 세계 당뇨병연맹(IDF).미국 심장협회(AHA)의 새로운 진단기준을 적용해 비교했다.

그 결과 과거 기준에 따라 대사증후군으로 진단된 환자 중 남자의 44.9%, 여자의 16.6%가 복부비만이 없어 대사증후군 진단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이 같은 환자들은 혈압, 콜레스테롤, 공복 혈당 등의 평균 검사 수치가 '대사증후군' 환자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더 나빠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 교수는 이를 가리켜 '마른 비만'이라고 부른다.

대사증후군은 뚜렷한 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콜레스테롤 대사, 혈당 조절 등의 대사 흐름에 작은 문제들이 누적되면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과거 미국 콜레스테롤 교육 프로그램(NCEP)의 성인 치료지침에서는 ▲복부비만(허리둘레 아시아 남자≥90cm, 아시아 여자≥80cm) ▲높은 혈압(수축기≥130mmHg, 이완기≥85mmHg) ▲인슐린 저항성(공복혈당 ≥100mg/㎗) 그리고 ▲고밀도 지단백 저하(남자<40mg/㎗, 여자 50mg/㎗), ▲중성지방 상승(≥150mg/㎗)의 5가지 기준 중 3가지 이상을 충족할 때 대사증후군으로 진단하도록 해 왔다.

그러나 최근 IDF와 AHA가 이 3가지 조건 중에는 복부비만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새로운 진단기준을 제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오 교수는 "마른 비만 환자들은 음주, 흡연, 운동부족 등 생활습관에서도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요소를 많이 갖고 있었다"며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려면 체중, 허리둘레 등의 수치에만 관심을 집중시키기 보다 전반적인 생활습관을 폭넓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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