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주치의] 돌연사

중앙일보

입력

개그맨 김형곤씨의 죽음으로 돌연사에 대한 공포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돌연사는 대부분 심장병과 뇌졸중 등 혈관질환에서 비롯됩니다. 혈관이 튼튼해야 돌연사가 생기지 않는 법이지요. 독자 여러분의 혈관은 건강하신지요. 최근 받았던 신체검사 결과지를 꺼내 다음 세 항목을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혈압입니다. 혈압은 낮을수록 좋습니다. 혈압이 낮아야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혈관 벽의 손상도 적게 생기기 때문이죠.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나쁘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상식입니다. 기준은 140/90입니다. 이것보다 높으면 고혈압이지요. 그러나 여러분이 기억하실 수치는 120/80입니다. 가능하면 이것보다 낮게 유지해야 혈압에 관한 한 '수' 판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130/85면 비록 정상이지만 '미'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지요.

둘째 공복 시 혈당입니다. 이 역시 낮은 것이 좋습니다. 126㎎/㎗ 이하가 정상입니다. 이 수치를 넘기면 당뇨지요. 그러나 혈당 역시 목표치를 100㎎/㎗ 이하로 삼는 것이 추천됩니다. 100~126은 비록 정상이지만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혈당이 높을 경우 연료가 넘치는 자동차에 불이 잘 나듯 혈관 구석구석에 염증이 생겨 돌연사를 촉발할 수 있습니다.

셋째 HDL 콜레스테롤입니다. 혈액 속에 녹아 있는 콜레스테롤의 일종이죠. 그러나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입니다. 혈관 벽에 쌓여 있는 기름 덩어리를 강제로 간으로 끌고 가 분해하는 혈관의 청소부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HDL 수치는 높을수록 좋습니다. 기준은 40입니다. 이것보다 낮으면 혈관이 지저분하다는 뜻이죠. 그러나 HDL 역시 목표치는 60 정도로 잡는 것이 좋습니다. 40~60은 정상이지만 '미' 정도 수준이지요.

오늘 달력에 이들 세 가지 수치를 적어 보시지요. 이것이 바로 여러분의 혈관 건강 성적표입니다. 세 가지 수치 모두 목표치보다 높다면 여러분의 혈관은 깨끗하고 돌연사 위험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수치를 한꺼번에 개선할 수 있을까요. 유일한 정답이 바로 운동입니다. 규칙적 유산소 운동은 혈압과 혈당은 떨어뜨리고 HDL 수치는 올립니다. 종목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김형곤씨 사례에서 보듯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운동 도중 옆 사람과 간단한 대화는 가능하지만 혼자 노래부르긴 힘든 정도가 적절합니다. 봄철 운동으로 여러분의 혈관건강 스코어를 향상시켜 돌연사 위험에서 벗어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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