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법인세 16조7000억 급감…부동산·주식 세금 거둬 펑크 막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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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지난해 ‘국가 가계부’에도 타격을 줬다. 법인세 등 주요 세수가 큰 폭으로 줄면서 전체 국세 수입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저성장 국면, 법인세 늘기 힘들어 #적극 기업투자로 성장률 높여야”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세입은 465조5000억원이었다. 이 중 국세 수입은 285조5000억원으로 당초 본예산 기준으로는 약 6조5000억원 감소했다.

국세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법인세는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16조7000억원 줄었다. 감소 규모만 볼 때 역대 최대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매출 부진으로 지난해 부가가치세도 전년 대비 5조9454억원 감소했다. 이 영향으로 2019년과 비교한 전체 국세 수입은 7조9000억원 줄었다.

그나마 세수 결손을 막은 건 부동산과 주식이었다. 지난해 주식시장 호황으로 증권거래세는 8조7587억원 걷혔다. 2019년(4조4733억원)과 비교해 배 가까이(98.5%) 급증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거래 대금은 5709조원으로 2019년 2288조원과 비교해 149.5% 늘었다.

지난해 농어촌특별세 수입(6조2596억원)도 전년 대비 59.8% 증가했는데, 농특세는 증권거래세를 낼 때 자동으로 따라붙는(0.15%) 세금이다.

부동산 비중이 큰 양도소득세 수입도 지난해 23조6558억원으로 전년 대비 46.9% 증가했다. 종합부동산세 수입은 3조6006억원으로 1년 전보다 34.8% 늘었다.

문제는 세수 부족이 올해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주식과 부동산에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세금이 걷힐 거란 보장이 없어서다. 반면에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감소세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법인세는 전년 하반기와 그해 상반기 기업 실적을 반영해 매긴다. 지난해 법인세는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했던 2020년 상반기 영향을 받아 급감했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법인세가 예전 수준으로 다시 급증하기는 어렵다. 같은 이유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매출과 관련 있는 부가가치세도 올해 극적인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전부터 한국은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에 법인세를 비롯한 세수가 감소하는 추세였다”면서 “코로나19에서 회복한다고 해도 세수가 과거처럼 많이 늘어나긴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지출을 효율적으로 하고 기업 투자를 늘려 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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