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플로리다법원, 안락사 허용 논란

중앙일보

입력

미국 플로리다주 병원은 15일 뇌사 상태인 여환자의 입으로 음식물을 넣어주는 관을 제거, 환자 가족과 남편이 10년간 벌여온 '안락사' 논쟁이 막을 내리게 됐다.

환자인 테리 샤이아보(39)의 아버지인 봅 쉰들러는 지난 90년 심장작동 중단으로 뇌사 상태에 빠진 뒤 템파 베이의 한 호스피스시설에서 치료 받아온 딸에 대한 음식 공급이 이날로 중단됐다고 밝혔다. 테리의 남편 마이클은 환자를 뇌사 상태로 놔두라는 가족의 요청에 대해 죽는 편이 낫다고 맞서왔다.

마이클의 변호인들은 음식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테리가 앞으로 1주일에서 열흘내에 죽게될 것으로 내다봤다.

환자의 동생 수전 카르는 "이같은 합법적인 살인행위를 막을 수 있도록 누군가, 어떤 일을 해야될 것으로 믿는다"며 음식물 공급 중단 결정을 비난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수년간 안락사 허용여부를 둘러싼 소송이 벌어져왔으나 이번 만큼 지루하게 지속된 적이 없었다. 그동안 이 사건을 맡은 재판장만 19명에 달하고 이중 음식물 공급 중단 판결은 3차례나 내려진 바 있으로 실행되지 못했다.
지난 2001년에는 환자 입에서 음식 공급관이 이틀간 제거됐으나 판결을 뒤집는 새 증거가 법원에 제출됨에 따라 음식물 공급이 재개됐다.

15일 호스피스 시설 밖에서는 장애인 및 낙태 반대 운동가 등 약100명이 철야 농성을 벌였다.

앞서 플로리다 항소법원은 지난 14일 튜브 제거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와 관련, 조지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주 주지사는 "나는 의사도 변호사도 아니다"고 전제, "그러나 누구든지 생명보조장치 없이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 때에 이런 방식들이 적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해 안락사 지지 입장을 내비쳤다.

환자 가족들은 환자가 지금도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재활 가능성이 있다며 안락사에 반대해왔다. 반면 남편은 인위적인 방식으로 생명이 연장되지 않게 해달라는 아내 소원을 들어줘야 한다고 맞서왔다.

호스피스 시설 의료진은 이에 대해 환자가 내는 음성이나 얼굴 표정 등이 반사적인 것에 불과하며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하기에 충분한 정신적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해왔다. (피넬라스파크<美플로리다州>=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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