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의 제약업체 CEO연찬회 '논란'

중앙일보

입력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내 제약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을 극히 이례적으로 소집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약청이 21일 오후 서울 타워호텔에서 제약업체 CEO 200여명을 대상으로 연찬회를 개최키로 한 것과 관련, 일각에서 CEO들을 일방적으로 소집한 것은 권위주의적 발상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식약청은 연찬회 목적에 대해 의약품의 품질향상과 안전관리체계 확립을 위한 정책을 설명하고 제약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제약업체 CEO를 대상으로 한 연찬회가 극히 이례적인데다 식약청이 원칙적으로 대리 참석을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데 대해 일부 업체들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번 연찬회가 우수 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인증(KGMP) 기준 부적합 적발업체가 줄어들고 있지 않은데 대한 경고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10월 '약의 날' 행사 지원 압박용이라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식약청이 CEO들을 대거 불러 모으는 것만으로도 업체들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그러나 괘씸죄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참석하는 수 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CEO들을 일방적으로 소집하는 것은 권위주의적 발상이며 공포심을 조장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고 비난했다.

한 다국적 제약업체 관계자는 "전반적인 업계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약의 날 행사를 내년으로 미루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무시된 적이 있다"며 "협찬 등 행사 준비와 이번 연찬회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다른 업체의 한 관계자는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식약청이 순수한 의도에서 마련한 행사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기 때문에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또 제약협회도 이와 관련, "이번 연찬회와 약의 날 행사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순한 의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과거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CEO 연찬회를 준비했다"며 "다른 의도가 있다는 의혹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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