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이라크 재건 손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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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에 대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신뢰가 갈수록 줄어드는 양상이다. 백악관 스콧 매클렐런 대변인은 6일 "앞으로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에서 백악관이 더 직접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라크 안정화 그룹(ISG)을 만들고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에게 총괄책임을 맡긴다는 것이다.

라이스 보좌관 밑에는 부문별 책임자 4명이 임명된다고 CNN은 보도했다. 대 테러부문은 프랜시스 타운센드, 경제 부문은 게리 에드슨, 정치부문은 전 인도주재 대사인 로버트 블랙윌, 미디어 부문은 국가안보회의 커뮤니케이션 국장인 애나 페레스가 맡는다는 것이다.

또 그 아래로는 국무부.국방부.재무부의 차관들과 CIA의 고위 관계자가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정도면 사실상 이라크 재건 사업의 전 분야를 망라한 규모다.

지금까지는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이라크 재건의 총책임자였다. 폴 브레머 이라크 최고행정관도 럼즈펠드 장관에게 직접 보고해 왔다. 관례상 국방부는 전쟁을 치르고 나면 뒤로 빠지고 복구사업은 국무부가 주관해 왔다.

하지만 럼즈펠드 장관은 그런 관행을 무시하고 복구사업에까지 직접 개입했다. 따라서 백악관이 이라크를 챙기겠다고 나선 것은 이제는 국방부가 이라크 재건 부분에서 손을 뗀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백악관은 지난 6일 "럼즈펠드 장관은 여전히 이라크 재건사업을 책임지고 있으며 백악관이 관여하는 건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여러 사람이 부시 대통령에게 "경험도 없는 국방부가 재건사업까지 떠맡는 바람에 혼란만 더하고 있다"는 비판을 전달했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국방부 인력이 빠져나간 자리를 국무부에서 메우고 있다는 사실도 강경파 럼즈펠드의 위상 추락과 온건파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부상을 상징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7일 "이라크에 파견된 국무부 인원이 당초 55명에서 1백10명으로 늘었고 최근 국방부에 의해 충원되던 자리를 국무부 인력이 대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월 국무장관은 "위험지 근무수당까지 주면서 이라크 자원인력을 모집하고 있고, 자원자가 없으면 강제로 보내겠다"는 의사도 밝혔다고 한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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