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가 본 분업] "1만종 갖췄는데도 없는 약 있어"

중앙일보

입력

서울 종로5가 서독약국 약사 성경환(成慶煥) 씨는 처방전을 들고 밀려드는 환자들에게 약을 지어주느라 곤욕을 치렀다.

평소 10여건에 불과했던 조제 건수가 평소보다 두배 이상 늘었기 때문.

成씨는 "최소 5종류, 많으면 10종 이상의 약들이 들어있는 처방전이 적잖아 이런 경우 조제에 한 시간 이상 걸리기도 했다" 고 소개했다.

하지만 1만여종의 전문의약품을 구비한 이 약국에서도 조제할 수 없는 처방전을 들고온 환자가 더러 있었다.

인근 병원에서 나온 한 대장염환자의 처방전에는 수요가 거의 없는 티로파´ , ´안티디오플루스 과립´ (유산균제) , ´리제´ (신경안정제) 등의 약이 포함돼 있었다.

成씨는 제약회사에 해당 약품을 주문, 2일 오전까지 준비해 놓겠다며 이 환자를 설득해 돌려보냈다.

成씨는 "5천종만 구비해도 3억~4억원의 약품 구입비가 소요되는데 2만여종이 넘는 전문의약품 모두를 갖추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 우려했다.

그는 또 "불편을 겪는 환자들을 접할 때마다 약물의 오.남용을 막자는 의약분업 취지가 퇴색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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