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폐업 첫날 의협 표정

중앙일보

입력

0...20일 병의원들이 집단폐업에 돌입, 우려했던 최악의 의료대란이 현실화된 가운데 폐업을 주도하고 있는 의사협회는 의외로 조용한 분위기였다.

의협은 폐업전날 김재정 회장이 폐업돌입 기자회견을 가진 뒤 밤 12시께 집단농성에 들어갔다.

애초 의협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중앙상임위원 34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상경하는 회원의사 300-500여명이 농성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참석인원은 고작 50여명에 머무는 저조한 실적을 보여 다소 `썰렁한´ 분위기. 게다가 폐업 첫날 아침의 경우 폐업준비과정에서 누적된 피로 때문인지 겨우 7명만이 남아 농성장을 지켰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폐업에 들어가면 각 지역단위 의사회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중앙단위에서는 별로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9일 자정께 의협회관 3층에 마련된 농성장에서 열린 투쟁선포식에서 의협 김 회장은 "의료계는 의약분업에 대한 정부의 성의있는 답변을 기다렸으나 납득할 만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전국 의료기관이 폐업에 돌입할 수 밖에 없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폐업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 폐업으로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게 된데 대해 국민과 고통을 함께한다는 뜻에서 전국 6만5천여 회원이 폐업 첫날인 20일 하루동안 24시간내내 단식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0...정부의 의약분업안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파업에 그동안 분업준비에 몰두해온 약사들마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분업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정부가 의사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주사제를 사실상 분업예외대상으로 지정한데 대한 약사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이들의 움직임이 분업성패의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것.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의사파업전날인 19일 밤 열린 각 시도 약사회지부장회의에서 `의사들의 집단요구에 밀려 정부가 분업예외대상을 넓히는 등 분업정신이 훼손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의약분업에 동참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쏟아져 나오는 등 회원들이 집행부의 통제권을 벗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약사회는 20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주사제 분업제외 방침을 밝힌 것은 국민적 합의를 뒤엎는 폭거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주사제 남용을 방치한 복지부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의약분업안이 원상회복되지 않을 경우 의약분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한약사회는 20일 오후 2시 약사회 중앙회 회의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공식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약사회마저 의약분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경우 의약분업은 최대의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서울=연합뉴스) 서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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