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본 한국] 건강에 관심 많은건 좋지만

중앙일보

입력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은 다국적 건강보조식품회사다. 한국의 부사장으로 와 일한 지 벌써 3년째 접어들고 있다.

내가 한국에 와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것은 건강에 대한 이곳 사람들의 관심과 열정이 지나치리만큼 크다는 것이다.

부임해 온 뒤로 어떻게 해서든 한국이란 나라를 빨리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 텔레비전이며 라디오.신문.잡지 등을 열심히 보았다.

그런데 금세 깨닫게 된 것이지만 어느 매체고 간에 건강관련 정보들이 빠지는 법이 없고, 조금 과장한다면 ´차고 넘친다는´ 느낌마저 주었다.

그로 미루어 한국인들이 건강에 유난히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고혈압이니 당뇨니 하는 성인병 증상이나 그걸 치료하기 위한 식이요법 등에 대한 일반인의 지식이 상당수준인 것을 알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과 지식은 많다지만 아쉽게 생각되는 게 있다. 정확하지 않은 상식에 맹목적적으로 따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령 콜레스테롤이 동맥경화증.고지혈증 등을 유발한다는 건 한국에선 상식이다.

그래서 건강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많은 음식이나 지방은 되도록 피하려 한다.

그러나 반드시 콜레스테롤이 적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며, 동물성 지방 대신 식물성 기름만 먹는다고 콜레스테롤이 감소하는 것도 아니다.

몸이 마른 사람은 콜레스테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한 오해다. 콜레스테롤 수치와 체격 사이에는 절대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막연히 어떤 음식은 몸에 좋으니 많이 먹어야 하고, 어떤 음식은 해로우니 먹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은 되레 건강증진에 해가 될 수도 있다.

자기 몸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과학적인 처방에 맡기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데린 커컴 <파마넥스코리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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