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 열기는 低金利 탓 아닌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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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의 '9.5대책'으로 잠시 주춤하던 주택가격이 한 달도 못돼 다시 널뛰기를 하고 있다.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일산 등 신도시를 돌아가며 가파르게 오르더니 이제는 뭉칫돈이 부산.대구 등에 몰려들면서 지방마저 투기열풍에 휘말리고 있다. 대통령까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부동산값을 안정시킬 것"이라며 나섰으나 그것이 관료들에게 오히려 부담으로 역작용해 또 다른 땜질식 미봉책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기존 정책의 실패에 대한 냉철한 반성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9.5대책으로 재건축 투기를 잡자고 하자 이미 승인받은 재건축아파트와 대형 아파트값이 반사적으로 뛰어올랐다. 부동산보유세의 중과도 방향은 맞지만 이는 장기 정책수단인 데다 세금 인상분이 주택가격에 전가되는 구멍이 있다. 초강경이라는 9.5대책이 그야말로 반짝효과에 그친 이유다.

정부 내에선 대응책으로 일단 분양원가 내역의 공개 의무화 등이 거론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문제는 부동산시장의 기형적 구조에도 많다. 시공사와 시공업체 분리가 상식이 되다시피 한 중층구조와 해마다 1만명 넘게 쏟아져나오는 부동산중개인 양산도 부동산시장 과열에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그러나 4백조원을 웃도는 부동자금을 잡지 못하면 그 어떤 대책도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1년 이후 명목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6.5%에 그쳤으나 서울 아파트값은 네 배 가까운 25% 남짓 올라 거품 붕괴의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걱정은 거품은 반드시 붕괴한다는 것으로 우리는 일본의 10년 불황에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정부 입장은 진퇴양난 그 자체다.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에 타격이 우려되고 그냥 두자니 거품 확산의 딜레마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단안을 내려야 할 시점이 가까워왔다. 저금리 정책에 손질을 가하며 부동산 대출을 점진적으로 옥죄어 거품 제거에 나서야 한다. 부동산과의 전쟁에서 승패는 우리 경제의 사활과 직결돼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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