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편이 죽었다네요" 안철수가 전한 어느 확진부부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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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코로나19 의료 자원봉사 중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9일 오전 화상연결회의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에서 코로나19 의료 자원봉사 중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9일 오전 화상연결회의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에서 코로나19 관련 의료봉사를 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진료 중 만난 코로나 19 환자의 사연을 전해왔다.

안 대표는 9일 오전 화상회의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가 정말 지금 이 시점에도 나라가 둘로 나뉘어 싸워야만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어느 확진자 부부의 사연을 전했다.

안 대표는 최근 문진 중 만난 환자에게서 “가슴이 너무너무 답답하다”는 말을 들었다. 코로나 19 증상이라 생각해 “숨 쉬는 건 불편하지 않나. 통증은 없나”고 물었지만 환자는 “그게 아니라, 어제 제 남편이 죽었다”는 답을 내놨다.

사연은 이랬다. 환자 부부는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후 서로 다른 병원에 입원했는데 환자의 남편은 치료 중 숨을 거뒀다.

이 환자는 “어제 남편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 이후로 계속 가슴이 답답해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시체를 화장해버리면 다시 남편의 얼굴을 볼 수도 없다. 병이 낫지 않아 장례식장에 참석할 수도 없다. 이 기막힌 상황을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을 찾아 의료봉사를 위해 레벨D 보호복을 입고 병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을 찾아 의료봉사를 위해 레벨D 보호복을 입고 병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안 대표는 회의에서 “저는 (이 환자의 답을 듣고) 한동안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떤 말이 그분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고통과 죽음이 바로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현장에서 함께하며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치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상황에 권력을 가진 자와 그 권력을 빼앗으려는 자 모두 국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책임 있게 고민했던 세력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사스·신종플루·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21세기에 반복되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각 국가 간 실력 차이가 분명히 나타날 것 이라고 말했다.

인적·물적 자원 관리 능력, 리더의 판단력·국민 소통 능력, 의료 및 과학 기술 수준, 외교·안보 역량 등 한 국가의 위기 대응 역량이 드러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안 대표는 “국가의 실력은 정권의 실력에서 나타난다. 실력 없는 정권이 실력 없는 국가를 만든다”며 정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국민을 이념과 진영으로 분열시키고, 나라가 어떻게 되든 오로지 권력의 쟁취에만 매몰돼있는 구태정치는 수명이 다했다”면서 “포퓰리즘과 이미지 정치로 순간순간만 모면하는 얄팍한 국정운영이 이제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정치의 진정한 설 자리는 어디인지 생각하고, 정리된 생각을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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