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의료과장, 코로나 마녀사냥 비판하며 “내 자신이 가소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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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강영석

강영석

“저 자신이 가소롭고 가증스럽습니다.”

확산차단 위해 동선 공개 불가피 #피해 업체에 따뜻한 보살핌 당부

지난 23일 전북도청 기자실. 강영석(사진) 전북도 보건의료과장은 “어제 올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에다 ‘마녀사냥이 참 쉽다’고 했는데 정작 제가 마녀사냥을 하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깊이 반성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일일 브리핑을 하기 위해 취재진이 모인 자리에서다. 강 과장은 본인 SNS 글을 기사화한 기자들에게 “감사하다”면서도 “지인들에게 ‘너부터 돌아보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의사 출신인 강 과장은 전날 본인 페이스북에 ‘위대한 전북도민들께 바랍니다’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강 과장은 “검사량이 늘어나 몸이 피곤한 건 괜찮다”며 “진정 안타까운 것은 (확진자) 동선 공개로 피해를 당하시는 분들”이라고 했다.

그는 “방역 당국에서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는 건 전파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이지 식당과 업체를 두 번 죽이자는 의도가 아니다”며 “지금이라도 당장 사무실을 박차고 달려가 그분들의 식당이며 업체에서 두 번 세 번이고 맛나게 밥도 먹고 참치도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녀사냥은 아무나 할 수 있다. 동선 공개로 아파하실 그분들에게 따사로운 살핌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25일 현재 1600명 이상이 이 글에 공감을 눌렀고, 댓글 220여 개가 달렸다. 대부분 “어떤 말 한마디보다 따뜻합니다” “응원합니다” 등 긍정적인 내용이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전북은 지난 20일과 21일 코로나19 확진자 2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각각 김제에 거주하면서 전주에 직장을 둔 28세 남성(113번 환자)과 그의 직장 동료인 36세 남성(231번 환자)이다. 지난달 31일 전북에서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63세 여성(8번 환자)은 지난 12일 퇴원했다.

113번 환자는 지난 7일부터 2박3일간 신천지 신도들이 집단으로 감염된 대구에 다녀왔지만, 보건 당국에는 “신천지 신도가 아니다”고 부인했다. 강 과장은 앞서 이를 전하는 과정에서 “(신천지 신도라는) 심증은 가는데 물증은 없다”고 한 본인 발언을 두고 “역학조사팀은 중립적 위치에서 조사했는데 이를 총괄하는 제가 안 해도 되는 얘기를 해 오해를 빚었다. 제 표현이 잘못됐다”고 자책했다. 그는 취재진에게도 “(코로나19 보도 시)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도와줬으면 한다”고 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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