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끝났으니 골프장 세우시죠" 김영석 <사회부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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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경기도가 10개 골프장을 신설 또는 증설해준 사실이 밝혀져 또 다른 「5공식 골프장비리」가 되살아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골프장승인은 승인된 10개중 6곳이 곧 팔당수질보존 특별대책지구로 예정돼 앞으로는 골프장승인이 나지 않을 광주군광주읍·실촌면·초월면 등에 위치하고있어 의혹의 눈길을 더더욱 받게됐다.
지난 국정감사 때 경기도에서 국회의원들은 너나없이 목청높여 골프장문제를 따졌으며 그때마다 경기도는 수질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앞으로 골프장승인에는 최대한 신중을 기하겠다고 답변했었다.
그러나 국정감사가 끝난 바로 직후 슬며시 골프장 10개를 신·증설 승인한 것은 「어떡하든 국정감사나 넘기고 보자」고 골프장업자들과 단단히 뒷약속을 해두었던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도 경기도로선 할말이 없게됐다.
물론 골프장 하겠다는 사람들이 웬만한 실력(?)도 갖고 있고 법적하자 없이 모든 요건을 갖춰 승인요청한 것을 경기도가 무조건 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혀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그렇지만 6공들어 골프장승인이 시·도지사에게 위임되면서 경기도에 승인신청이 쇄도, 올들어 22개소나 승인됐다는 사실을 과연 경기도는 무슨 말로 변명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만하다.
기존골프장 21곳, 건설 또는 승인골프장 26개소, 승인신청중인 23개소 등 모두 70개소의 골프장이 들어서게 돼 도 총면적의 0·94%인 3천3백31만평이 서민들과는 아직까지 거리가 있는 골프장으로 변한다면 서민들의 눈초리가 고울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팔당 수질오염조사를 하면서 비온 뒤 맑아진 물을 떠다 「팔당이 맑아졌다」고 발표하는 경기도행정을 농민들은 과연 어떻게 바라볼까 가슴 답답하기만하다. <수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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