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당수 니에르슈는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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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산정권수립 사상최초로 스스로 당을 해체, 새로운 정당인 헝가리사회당을 창설하는 역사적 실험의 주역으로서 사회당 당수자리에 오른 레스조 니에르슈(66).
니에르슈는 1923년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출생, 카를마르크스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전문가로 60년대 헝가리 경제개혁의 중심인물이었다.
인쇄공 출신으로 17세때 헝가리 사회민주당에 입당한 니에르슈의 정치적 성향은 원래부터 사회민주주의쪽이었다. 그러나 49년 사민당이 사회주의노동자당(공산당)에 흡수되면서 공산당에 입당했다.
그후 경제전문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굳혀나간 그는 56년 식량장관, 60년 재무장관을 거쳐 66년 당정치국에 들어갔으며, 68년 헝가리가 동유럽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장원리를 도입한 소위 「신 경제메커니즘」의 이론적 중심인물로 활약했다.
그러나 68년 체코의 「프라하의 봄」사태 이후 소련의 개혁파에 대한 탄압으로 경제개혁은 좌절되고 말았다. 지금도 헝가리에선 68년 당시 경제개혁이 실시되었더라면 오늘날 헝가리의 모습은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국민들 가운데 널리 남아있으며, 그때문에 니에르슈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
니에르슈는 그후 불어닥친 반 개혁의 거센 역풍속에서 「정치개혁 없인 경제개혁도 없다」는 자신의 입장을 지켜 나갔고, 이 때문에 75년 당 정치국원직에서 해임, 헝가리 과학아카데미의 경제연구소장으로 전임됐다.
니에르슈는 이곳에서 자신의 지론인 시장경제와 민주적 결정시스팀의 구축에 대해 정력적인 연구를 계속했으며, 지난해5 월 카다르체제가 붕괴되고 개혁파가 득세하면서 10년만에 정치국원으로 컴백, 경제담당 국무장관직을 맡았다.
이어 지난6월 그로스서기장 1인체제대신 포츠가이· 네메스와 함께 개혁파중심의 4인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서면서 당의장직을 맡아 사실상 헝가리정치의 제1인자가 됐다.
백발에 작은 체구인 니에르슈는 특권과 「특별취급」을 혐오, 공항 등 공공장소에서 VIP대우를 받는 것을 철저히 고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독신으로 아파트에서 혼자 살면서 스스로 장바구니를 들고 슈퍼마킷에 가 장을 보는 서민적 풍모도 갖추고있다. <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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