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가곡은 마음 맑게 해주는 음악|섬세한 우리가락 더 많이 즐겼으면-국내 첫 여창가곡 음반 낸 국악인 조순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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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음악적 가치와 영적 가치가 여느 민족음악에 비길 데 없이 빼어난 우리 전통가곡을 한번 이나마 들어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는지요. 끊어질 듯 끊어질듯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맥을 이어온 이 소중한 문화유산을 우선 기록으로 남겨야겠고, 또 한사람이라도 더 듣고 이해하며 즐기도록 해야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어렵사리 용기를 냈습니다.』
한국 처음으로 여창가곡 첫째 바탕 전5곡을 음반으로 내놓은 조순자씨(45). 고려 때 생겨나 조선시대까지 널리 사랑 받아온 가곡은 현재 국문학사적 측면에서만 조명되고 있으나 사실은 음악적 측면이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시원하고 호기로운 남창가곡에 비해 섬세하고 영롱하며 애련한 멋의 여창가곡을 그에게 전수시킨 장본인은 소남 이주환. 지난59년 서울 중앙방송국 제2기 국악연구생이 된 그의 자질을 인정해 애 제자로 키운 소남 은 구한말 가곡의 명인 장지 벽을 정점으로 하규일 에 이어진 가곡의 계보를 이어받은 만큼 조씨 역시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가곡계보상의 직계중 한사람인 셈이다.
『서양음악과는 달리 기를 발산시키는 대신 기를 모아들이는 가곡은 흥분과 혼돈에 빠진 마음을 진정시켜 맑게 해주는 음악』이라며 45자 안팎의 시조를 11분 가량 부르면 저절로 단전호흡이 된다고 설명한다.
지난 69년이래 마산을 중심으로 경남대·창원대·부산교대·영남대·경북대 등에서 국악강사로 일하는 한편 경남 국악연구회 회장으로 현직 교사들에 대한 국악 재교육에 열성을 보이고 있는 그는『유치원 무렵부터 생활 속에서「우리음악」에 익숙해 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음악교육관을 피력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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