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레바논 공격하게 이스라엘에 시간 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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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9일자 미국의 뉴욕 타임스와 영국의 가디언지가 분석한 내용이다. 두 신문은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일주일여의 시간이 이스라엘에 주어졌다"고 전했다. 미국에도 골칫거리인 레바논 남부의 '테러 배후세력' 헤즈볼라를 무력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번 사태에 개입을 미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12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한 이후 이스라엘을 위해 계속 '지원 사격'을 해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헤즈볼라를 완전히 무장 해제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테러 차단)이 우선돼야 한다"며 중재를 거부했다. 미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자위권' 행사임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병사 납치와 헤즈볼라의 로켓포 반격 등 이번 사태의 배후에는 이란과 시리아가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입을 맞춰 왔다. 헤즈볼라에 대한 강력한 응징으로 이를 지원하는 시리아와 이란에 대한 '겁주기'도 동시에 진행한다는 계산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사태를 통해 핵 개발을 추진하는 이란에 확실한 경고장을 보내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레바논을 탈출하려는 미국인들이 20일 미군 함정에 타기 위해 베이루트항에서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2만5000명의 자국인 중 7000명을 21일까지 긴급 대피시킬 계획이다. [베이루트 로이터=뉴시스]


하지만 인명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늘면서 워싱턴도 움직이고 있다. 라이스 장관은 18일 중동의 우방인 이집트.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 지도자들과 전화통화를 했으며 중동 순방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장기적으로 레바논 남부에 완충지대를 설치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선 중동 우방들의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라이스는 또 20일에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와 뉴욕에서 만나 평화유지군의 레바논 파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유엔과 EU는 다국적 평화유지군의 파병을 촉구해 왔다. BBC방송은 20일 "미국은 레바논 남부 지역에 완충지대를 설치하고 다국적군을 배치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즈볼라의 로켓이 이스라엘 북부 도시들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중간에 완충지대를 두는 것이다.

미국의 개입은 일주일 정도 뒤에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공격해 무력화할 시간을 준 뒤 라이스 국무장관이 현지를 방문해 사태를 수습한다는 것이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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