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문제, 정부 빼고 자율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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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반성하자"=본지가 단독 입수한 재단설립기획서에 따르면 한국노총과 경총 측은 "그동안 노사는 정부를 사이에 두고 갈등과 대립으로 치달았다"고 반성했다. 노동계든 사용자든 정부의 힘을 빌려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과 경총은 "사회 양극화는 노사가 각자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고용과 인적자원개발 문제가 비효율적으로 흐르게 된 것은 노사의 문제인식과 참여의지가 낮았기 때문"이라면서 노사 스스로의 문제점을 주요 원인으로 들었다. 특히 두 단체는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지불능력이 있는 일부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근로조건 개선 투쟁을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복지 격차가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노조 중심의 노동운동으로 노-노(勞勞) 간 격차가 심해졌다는 문제인식이다. 두 단체는 "이제 정부에 기대기만 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인 노사가 힘을 합쳐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자"고 다짐했다.

◆ 실천 가능한 사업부터=한국노총과 경총은 신뢰기반을 다지는 사업부터 벌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사업▶고용 및 인적자원개발 지원 사업▶노사 파트너십 형성을 위한 노사교육 및 연구사업 등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펼 계획이다.

복지사업의 경우 노동자를 위한 보육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취약계층 자녀를 대상으로 한 장학사업을 벌이며, 장례.장묘 사업을 한다는 것 등이다.

교육사업도 노사가 함께 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노사 공동의 직업능력개발센터를 운영하고▶고용 및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노사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지역 차원의 노사 네트워킹 작업을 해나갈 계획이다.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임금가이드라인을 노사가 공동으로 만들어 제시하는 방안도 강구할 방침이다.

◆ 민주노총, 참여할까=한국노총과 함께 민주노총이 노사발전재단에 참여할 경우 노사발전재단은 큰 동력을 얻게 된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은 "산별체제에서 중앙의 대화 체제가 운용된다는 것은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재단이 실질적으로 노동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참여할 뜻이 없다는 말이다. 경총 관계자는 "민주노총에 참여를 제안하기는 하겠지만 대화의 틀을 무시한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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