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바웬사 그는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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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폴란드 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는 대중적 열망과 함께 폴란드에 개혁의 선풍을 일으킨 주역 바웬사가 9년만에 노동자에서 수상으로 발돋움하고있다.
바웬사는 정부가 불법화한 자유노조를 이끌고 끈질긴 투쟁을 벌여 공산주의국가 최초로 합법노조로 만들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노동자들을 정치세력화하는데 성공, 공산당 1당 독재를 무너뜨려 폴란드 민주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식료품값 인상으로 시작된 파업이 계속되던 지난 80년8월14일 자신이 파면된 그다니스크의 레닌조선소 담을 넘어 들어가 이곳에 있던 노동조합을 이끌고 대 정부투쟁에 나서면서 자유화의 불씨를 지폈다.
당국의 자유노조 불법화조치로 1개월 동안 억류생활을 한 바웬사는 83년 노동자로서는 처음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
81년 파업당시 바웬사는『정권장악 의사는 없다』고 밝힌 바 있으나 지난해 여름 경제적 위기와 노동자 파업사태로 궁지에 몰린 폴란드정부가 바웬사와 협상을 개시, 지난 4월 개혁과 자유노조합법화를 약속한 이후 자유노조는 정치세력으로 등장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정치지도자가 됐다.
이어 6월에 열린 폴란드 공산정권사상 최초의 자유선거에서 야당의원들을 대거 의회에 진출시켜 공산당 1당 독재를 종식시켰다.
43년 나치점령하의 폴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전기기술자로 레닌조선소에 취직한 후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70년의 유혈폭동 때는 조선소의 파업주도자로 체포되기도 했다.
76년 관영노조대의원으로 뽑힌 그는 노동자들의 불만을 적은 진정서를 돌렸다는 이유로 해고돼 한때 실업자생활도 했다.
그는 논리보다 전술적 기민성으로 노조를 이끌어 왔으며 온건과 과격사이를 무시로 넘나드는 변덕스런 성격과 보좌관들의 충고를 너무 잘 듣는다는 게 약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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