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군살빼기」 서둘러|기업합병·조직개편등 묘안백출|체급올리되 체중은 줄여 국제경쟁력 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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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기업들의 「군살빼기」 가 한참이다.
원고, 근로자들의 분배요구 증대에 따른 임금인상등으로 기업환경이 나빠진데다 과거 고성장 추구시절 기업에 대해 배려해주던 정부마저 기업의 자구책을 강조하고있어 기업마다 갖가지 묘안을 짜내며 혹독한 감량작업에 나서고 있다.
과제도의 폐지, 조직의 효율성 극대화, 그룹내 같은 성격의 기업 합병등으로 국제경쟁에 대비하는 것이다. 또 가전업계에서는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유통과정의 개편이 감량에 필수적이라고 보고 배달체제를 개선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14일 통폐합키로 이사회에서 결의한 해태그룹 해태제과와 해태음료의 합병은 군살빼기의 대표적인 사례.
박건배 해태그룹회장은 이날 각각 매출액 3천억원, 2천억원 규모의 해태제과·음료를 합병하고 11월1일부터 상호를 (주)해태로 바꾼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박회장은 『식품류 수입개방의 가속화로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91년에는 단일식품회사로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할뿐 아니라 미국·태국등에 현지공장을 세워 국제적인 식품회사를 만들겠다』 는 포부를 밝혔다.
한마디로 체급은 중량급으로 올리고 몸은 날씬하게 한다는 전략이다.
더구나 해태제과는 45년10월 해방직후 박회장의 부친인 박병규씨 (77년작고) 가 국내최초로 세운 식품회사였으나 최근 롯데·제일제당등에 뒤지고 있던터라 식품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주)금호는 또다른 감량의 케이스.
금호는 최근 과제도를 폐지하고 부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부내에「그룹」 조직을 신설하는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본사 24부51과중 2개부를 연관부서에 통합하고 39개과를 폐지, 22부12과체제로 바꾸는 동시에 부장에게 부원의 인사권을 준 것이다.
동시에 삼성·선경그룹등의 팀제도와는 달리 부내에 수개의 그룹조직을 만들어 필요에 따라 그룹을 신설, 또는 폐지함으로써 조직의 기동성을 높이고 인력도 절감하는 효과를 얻게됐다.
가전업계는 대리점을 통하지않고 업체에서 직접 소비자에 제품을 전달하는 택배제도를 도입하고 대리점간 전산망을 구축하는등 배달체계 개편에 주력하는 추세다.
배달시간을 단축하고 재고를 줄여 배달인원·차량·창고규모를 축소, 경영수지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대우전자는 최근 대리점은 주문만 받고 배달은 본사의 물류센터에서맡아 배달시간을 2시간으로 단축할수 있는 가정배달시스팀을 도입, 시범운영하고 있는데 조만간 전국에 확대할 계획.
업종은 다르지만 제일제당도 판매사원이 거래선으로부터 최소한 하루전에 물량을 주문받아 거래선별로 수송시간·위치등을 전산망에 입력시키면 공장에서는 이 정보를 이용, 배차스케줄을 짜고 물량을 적시에 수송하는 배차관리시스팀을 도입하고 있다.
제일제당은 이 제도 시행이후 차량 1대에 1일 회전률이 종전의1·68회에서 3· 3회로 높아졌으며 91년에는 수송경비만 연간 10억원이상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살빼기는 국내기업뿐아니라 국내진출 외국기업에도 확산돼 외국은행국내지점들은 직원해외연수·신규채용인원의 감축등을 통해 경비 지출을 억제하고 있다. <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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