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in] "예술은 정신적 쉼표 … 원래 종교와 한 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성 베드로 성당을 현대 미술의 성소로 만든 프리델름 메네케스 신부(66)는 후덕한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이십 대 젊은 시절에 이미 거장이던 독일 미술계의 대표 작가 요제프 보이스와 교류할 만큼 예술사 쪽에 밝은 전문가다. 어린이 미사를 집전하는 그는 장난꾸러기 대장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놀았다. 나대는 아이에게 동화를 들려주고 함께 노래하며 1시간 여 집중토록 하는 솜씨가 마술 같았다.

-성당의 또 다른 이름 '쿤스트 스타치온(Kunst-Station)'은 어떤 의미인가.

"문자 그대로 '예술 정거장'이다. 정거장은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잠시 멈췄다가 가는 곳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현대 도시에서 성당은 이제 옛날처럼 종교 기능에만 머물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미사가 있는 날 외에는 의자를 치우고 성당 전체를 텅 비운다. 전시회를 열고 음악회를 마련한다. 과거 종교는 예술과 한 몸이었다. 지금 종교는 예술을 모르고 무조건 정신의 정화를 이야기한다."

-'예술 정거장'에서 중시하는 점이 있다면.

"번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침묵의 공간이다. 나는 아시아 음악을 좋아하는 데 음과 음 사이에 두는 '휴지부', 즉 '사이' 의 철학을 사랑한다. 음과 음 사이의 소리 없음은 중요하다. 나날의 바쁜 생활 속에서 쉼없이 끌려다니던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정신의 침묵을 체험하는 것이 바로 '예술의 정거장' 아닐까."

-프로그램은 어떻게 짜나.

"400명쯤 되는 운영위원 모임에서 결정한다. 나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성당 홈페이지(www.kunst-station.de)에 들어가면 전시회나 음악회를 열고 싶은 사람이 지원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 단 하나 제한이라면 현대미술과 음악 쪽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음악 중에서도 새로 작곡된 작품의 초연을 환영한다."

쾰른.노이스(독일), 바젤(스위스)=글.사진 정재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