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범죄자 없는 마을'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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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국 전역에서 성범죄자를 이웃에 두기를 거부하는 새로운 '님비'(NIMBY)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고 일간 USA 투데이가 18일 보도했다. 택지개발 업체가 성범죄자 축출을 단지 규약에 넣는 조건으로 택지를 분양하는가 하면, 성범죄자가 이웃에 없는 주택만 매물로 올리는 부동산 인터넷 사이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텍사스주에 본부를 둔 'I&S 투자그룹'은 캔자스주 레넥사에서 154개소의 택지를 분양하면서 입주 희망자들에게 '성범죄에 연루돼 유죄 평결을 받을 경우 이사 갈 때까지 매일 1500달러의 벌금을 문다'는 내용의 규약에 서명하게 했다. 그 결과 이 택지들은 자녀를 둔 부모에게서 큰 인기를 끌어 순식간에 150개 택지가 팔려나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성범죄자 축출 규약의 인기에 힘입어 택지 판매가 이전의 3~4배로 늘었다"면서 올 가을 내놓을 250여 개 택지도 같은 방법으로 분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텍사스주의 테일러 굿먼이라는 사람은 '성범죄자 없는 주택'을 내세운 부동산 거래 웹사이트 '블록와처닷컴'(Blockwatcher.com)을 만들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웹사이트에는 반경 800m 이내에 성범죄자로 등록된 이웃이 없는 주택만 올릴 수 있다. 그 결과 전체 부동산 매물 가운데 20% 정도만이 이 사이트에 게재될 자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선 법원 판결에 의하지 않고 성범죄자들을 처벌하거나 차별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에 따르면 성범죄자를 개인 소유물인 부동산에서 배제하는 것은 '공정주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게다가 법이나 조례를 만들어 성범죄자들이 학교나 놀이터 부근에 접근하거나 특정 마을에 살지 못하게 막는 일부 주나 지자체에선 큰 환영을 받고 있다. 미국에선 조지아.인디애나.네브래스카.미시시피.사우스다코타 등 적어도 15개 주와 수백 개 도시가 성범죄자의 거주를 제한하는 법률이나 조례를 만들었다. 현재 미국에 등록된 성범죄자는 56만7000여 명에 이른다. 이에 대해 성범죄자의 거주를 막아도 마을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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